얼마전 ‘제럴드 L. 싯처’의 저서 하나님의 뜻』이란 책을 읽고 작은 감동을 받았다.

음주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저자가 운전하던 벤을 들이받아 가족 7명중 아내와 딸과 모친을 현장에서 잃고 두 아들과 딸과 본인 4명만 살아 남았다.

싯처 교수는 자녀를 양육하고 대학 강의와 약속과 모임과 활동으로 꽉 채워진 달력을 보며 작은 자부심을 느꼈다. 자녀의 새벽연습시간과 음악과외와 저녁 청소년부 모임에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주기도 하고, 주말 운동 경기나 공연에도 참석시키며, 도시락을 싸고, 저녁을 짓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고 이것저것 정리하며 이웃과도 담소하며 친구들과 통화하고 시간내어 틈틈이 운동도 하며 책읽고 마트도 가고, 이렇게 열심히, 바쁜생활이 그의 현실임을 써 내려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내를 케어한지 벌써 2년이 지나고 있다.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며, 마트에 가고, 시장 골목을 누비며 반찬을 산다. 

아침 6시30분을 알리는 자명종이 울리면 깨어나 기도시간을 갖으며 아내의 건강과 딸의 두가지 기도제목, 아들을 위한 4가지 기도제목을 하나님께 간절히 간구한다. 

앞치마를 걸치고 주방에 서면, 각종 야채 (파프리카, 데친 브로콜리, 오이, 양배추, 당근, 사과, 토마토)에 준비해 놓은 스프와 드레싱을 부어 믹서기로 갈아 함께 마시고 식빵 한 개를 구워 잼을 바르고 1분30초로 전자렌지에 구운 고기완자를 식빵에 말아먹이고, 삶은 계란 한개와 인지력을 높이는 생유산균 ‘PS’를 ‘영양음료’에 섞어 주면 아침식사를 마치게 된다. 

식사후 약을 챙겨 먹이고 양말과 바지와 윗옷을 입하고 8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15분 거리에 있는 주간요양 보호시설에 차로 늘 태워주고 그곳에서 종일 케어를 받고 오후 4시 30분경에 데려 온다. 물론 머리를 감기고 샤워를 시키는 일은 손에 익숙하지만 야윈 아내의 모습을 볼땐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게 아내를 태워다준 후 바닷가 솔밭길을 걷는 유일한 운동시간이다. 5000보 솔밭길 걸을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옅은 바닷냄새와 솔향기 풍기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면, 힘든 일과를 벗어난 자유롭고 평온한 자연의 세계로 빠져드는 행복함이 있다. 

때론, 글을 쓰거나 독서에 빠질 때도 있지만… 

싯처 교수의 하나님의 뜻』은 나에겐 마치 나의 삶의 교과서와도 같았다. 그는 수없이 강조하는 하나님의 뜻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를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하나님의 뜻』은 가정과 직장과 위기의 어떤 고난속에서도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 들이되 믿음과 순종의 삶으로 극복해가는 교훈을 준다.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삶이란, 돌봄과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취향과 의무도 아니다. 

아내가 나를 바라보며 안식하는 따스한 눈빛에서 나는 한없는 아내의 신뢰를 읽을수 있고, 내가 옆에 없으면 찾아 헤맬 것 같은 남편 의지본능이 살아있어 더 사랑스럽다

오늘도 지난 수많은 세월의 흔적을 지우며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하신 예수님의 명령을 깊이 마음에 담아 묵묵히 나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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