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콕토의 영화 가운데 자신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하세계의 비밀을 밝혀내야만 하는데 그 비밀을 밝혀낼 열쇠를 찾으려고 꽃을 그리려 할 때마다 엉뚱하게 자기 자신만을 그리는 화가가 등장하는 영화가 있었다. 그 화가는 마치 설교에서 예수님을 소개하고자 했는데 돌아보니 설교자 자신만 전면에 내세웠다는 자책감에 짓눌리는 설교자 비슷했다.
▨… 뛰어난 솜씨로 데생을,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하더라도 그것이 비밀의 열쇠를 찾을 수 있는 꽃 그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만 유용한 프로필이라면 그 그림이 수천수만 개가 모여도 하나님의 형상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D. 본회퍼는 물었다.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말하는 그런 사람인가? 아니면 나는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그런 사람에 불과한가?(D. 본회퍼, 나는 누구인가, 한글·이신건)”
▨… 종교개혁 제507주년 기념 주일이던 지난 10월 27일 오후에 개최되었던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는 주최 측 추산 현장 약 110만 명과 온라인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사분오열돼 있던 한국교회가 하나 된 모습으로 약 200억원을 기부 혹은 기부 약속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겠다는 결의를 표명해 영적 자신감과 자부심을 회복하게 해주었다. 하나님의 나라 건설의 초석이 될 이 회복으로 한국교회는 한국 현대사의 전개 과정에서 증오와 적대의 메커니즘을 생산해내는 본거지가 되었다는 오명만은 씻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 그럴 리야 없겠지만, 200억이라는 거액이 자본주의의 늪에 빠진 교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열쇠 역할을 할까 염려되는 마음도 한편 감출 수가 없다. 우리 성결인들은 자본주의의 올무에 발이 묶여 있다 하더라도 이사야가 증언한 새 하늘과 새 땅이 이전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임을 믿고(사 65:17) 그 길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고 선포한다. 그렇다. 우리 성결인들은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새로 창조하실 세상을 약속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
▨… “내가 누구인지 오, 하나님 당신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본회퍼는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라는 고백으로 마무리 한다. 200억원이라는 물량에 압도당하는 믿음이어도 성결인들은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고백하며 머리를 조아릴 것이다. 언젠가는 비밀의 열쇠를 찾는 꽃을 그릴 것이라는 희망이 살아 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