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은 물 흐르듯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법(法)이란 한자가 물(水)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去) 자연스레 따르고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은 막상 지켜야 하는 사람에게는 동떨어져 있다가 어느 순간 약한 사람에게 나타나 권리를 제한하거나 무거운 부담을 주기도 한다. 이런 부자연스러운 것임을 경험하는 때가 허다한 가운데 우리의 교회법은 어떨까.
▨… 법이란 문자에 물(水)이 있는 까닭은 가장 공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닥이나 그릇이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물은 즉시 낮은 곳으로 흘러 평형을 유지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처음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시작하거나 편견과 차별에서 출발하는 일이 많으니 오죽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있을까. 교단에서 법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중력을 거슬러 높은 곳으로 물을 끌어 올리는 기현상을 보지 않았던가.
▨… 법의 고대 한자()는 삼수변(氵)의 우편, 갈 거(去)의 머리에 해태 치(廌)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후대에 와서 해태 치(廌)를 생략 하였지만 의미까지 뺀 것은 아니었다. 상상의 동물인 해태(해치)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법과 정의를 세우는 동물로 여겼다.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악한 사람을 들이받고, 사람들이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을 들으면 옳지 못한 사람을 물었다고 한다.
▨… 물(氵)에서 올라온 해치(廌)가 시비를 가리고 의롭지 못한 자를 뿔로 들이받아 벌을 주어 제거(去) 하는 것이 고전적인 법의 정신이다. 세계 각국의 법원이나 광장에 세워진 정의 여신상(Dike. Justitia)은 하나같이 저울을 들고 있다. 반드시 죄와 벌의 무게가 같아야 하며 행여 과도하거나 억울한 형벌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회 재판에 불복하여 사회법의 판결이 최종심이 되는 영적 권위의 추락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 최고의 덕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는 말이 있다. 만유인력에 의한 지구 중심과 직각을 이룬 상태 수평(水平)은 곧 공평(公平)이다. 기울어진 상태에서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수평을 이루듯, 법을 다루는 이는 권력을 가진 만큼 낮아져야 한다. 촉탁, 임시, 조건부 등으로 법에 없는 직을 얻고 권력을 가지는 자칭 법 전문가들의 겸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권력을 가진 자 지도자의 큰 미덕은 겸손이라는 것을 누구라도 모르지 않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