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주어로 사역을 표현하라 

설교가 하는 일은 단순히 본문의 내용을 알리는 것(inform)이 아니라 본문을 통해 발견한 메시지를 청중에게 전달하여 청중을 변화시키는 것(transform)이다. 그러므로 설교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본문을 읽고 해석한 결과를 설교의 메시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설교의 메시지가 누구의 메시지인가를 성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설교자가 본문을 빌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설교자가 회중과 함께 하나님께서 본문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을 경청하려는 것인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설교가 설교자 개인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행위이며, 이를 위해서 설교자의 메시지가 아닌 하나님의 메시지를 설교의 메시지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를 설교 작성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설교자가 하나님 말씀을 전하려고 하지 사람의 말을 전하려 하겠느냐며 양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대부분의 설교자들은 본문으로부터 하나님 말씀을 경청하고 이를 그대로 전달하려고 애쓸 것이다. 그러나 칼 바르트의 말과 같이 설교는 인간의 말을 통해 전달되는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설교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설교자의 메시지로 들릴 위험성을 갖고 있다. 

또한 본문 해석에서 설교자의 해석학적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과 함께 언어 전달 과정에서 왜곡과 오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문 해석에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걸러내는 노력이 필요하고 설교 주제문 작성에서부터 이를 언어로 구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북미 설교학자인 폴 스캇 윌슨과 필자의 지도교수인 제니퍼 브룩스는 그래서 설교 주제문을 복음 진술문(Gospel Statement)으로 만들 것을 주장한다. 이들은 오늘의 설교에 하나님이 사라져 가고 있으며, 복음이 들리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의 삶 가운데 역사하신다는 선포가 부족하며, 마지막으로 설교에서 성령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순히 본문의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는 방식의 설교가 아니라 보다 분명하게 복음을 선포하는 설교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설교 주제문을 하나님을 주어로 하여 그가 이 세상 가운데 행하시는 사역을 동적인 현재형 동사(Active present-tense verb)로 표현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설교에서 통상적으로 주제로 삼았던 ‘우리가 무엇을 해야한다’는 것은 설교의 중심주제가 아니라 복음에 대한 응답으로서 회중이 어떤 실천을 할지에 관한 진술(Action Statement)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 3장 16절의 말씀을 본문으로 설교할 때에 전통적인 설교의 주제는 “예수 믿어야 영생을 얻습니다” 혹은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가 될 것이다. 반면 복음 진술문의 방식으로 주제문을 작성한다면 “하나님은 사랑으로 멸망할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여셨습니다”는 식이 될 것이다. 본문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현재 설교를 듣는 회중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으로 전환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성한 “예수 믿어야 영생을 얻는다” 혹은 “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는 주제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명확하지만 메시지의 초점이 사람의 행위에 있다. 반면 복음 진술문 형태의 주제문은 명확하게 하나님의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복음 진술문 형태의 설교 주제는 하나님께서 주도적으로 은혜를 베푸시고 사람은 이에 응답한다는 복음의 문법을 설교의 문법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설교는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현존에 대한 의식을 갖게하고 하나님 앞에서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청중을 의식화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흔히 신앙의 문제는 주어를 나에서 하나님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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