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하 14:25~26)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다윗의 셋째 아들인 ‘압살롬’입니다.
성경은 원조 미남인 사울을 ‘준수하다’고 단순하게 평가한 반면, 압살롬은 “온 이스라엘에, 압살롬처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고, 칭찬이 자자하였다.”(삼하14:25 새번역)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머리숱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연말에 한 번씩 깎고 난 머리카락을 달아보면, 왕궁 저울로 이백 세겔이나 되었습니다.(삼하 14:26) 이백 세겔은 대략 2.3kg입니다. 보통 사람이 1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의 무게가 대략 500~600g 정도라고 하니, 압살롬의 머리카락이 얼마나 풍성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탁월한 외모를 가진 압살롬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마 감탄하고 만족스러워했을 겁니다. 게다가 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는 풍성하고 긴 머리카락은 남다른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을 겁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 머리카락은 ‘힘과 권위’를 상징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압살롬은 그의 자부심이자 자랑이었던 머리카락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반란을 일으킨 압살롬은 후새의 조언대로 많은 군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에브라임 숲에서 아버지 다윗과 한판 승부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전쟁에서 패해 군사들이 이만 명이나 죽었습니다.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있던 압살롬의 앞에 다윗의 부하들이 나타났습니다. 정신없이 달아나던 그순간, 압살롬의 자부심이었던 풍성한 머리카락이 상수리나무 가지에 걸렸습니다. 꼼짝달싹도 못하고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부하들에게 이 상황을 보고 받은 요압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한걸음에 달려가서 나무에 매달려 버둥거리고 있던 압살롬의 심장을 창으로 찔렀습니다. 탁월한 외모와 풍성한 머리카락을 소유했던 압살롬의 마지막은 이렇게 허무하고도 비참하게 끝나고야 말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압살롬의 머리카락’처럼 자신을 돋보이게 해주는, 남다른 그 무엇인가를 갈망합니다. 돈이나 권력, 명예나 성공 같은 것들 말이지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소유하기만 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합니다. 정말 간절히 기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다른 그 무엇인가를 얻는 것이 과연 복(福)이기만 할까요? 그것만 얻으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로또 같은 복권을 삽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거라 믿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통계에 의하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치고 그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사람들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러니 야곱 DNA를 가진, 자기중심적이고 욕망이 가져다주는 유혹에 취약한 내가, 압살롬의 머리카락처럼 남다른 그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어쩌면 복이 아니라 저주일 수 있습니다.
드러내고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는 것도 복 받은 인생입니다. 우리가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에 겸손할 수 있고 또 주님만 온전히 의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