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착각과 자만 속에 사는 우리
내가 해낸 일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사실은 하나님의 역사로 이뤄진 것

나른한 오후, 커피를 한잔 마신 후 다 마신 컵을 들고 목양실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틀어 설거지를 합니다. 평소에는 수돗물로만 “쓱싹” 헹구고 말았는데, 오늘은 수세미에 세제까지 묻혀 “뽀드득” 닦아냈습니다. ‘기분이 개운!’

 다음날이었습니다. 스위치를 “탁” 켜고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어디선가 좋은 향기가 나고 있었습니다. ‘이 향기가 어디서 나는 거지?’ 허공을 향해 “킁킁” 냄새를 맡아보지만, 어디에서 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어제 컵을 닦을 때 썼던 세제에서 나는 향이 아닐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좋은 향이 나길 바라는 마음에 어제 썼던 세제를 잘 쓰지 않는 컵에 “쿡쿡” 몇 번 짜 적당히 담아 두었습니다. ‘이 정도 양이면 당분간 화장실에 좋은 향이 가득하리라!’

 이틀쯤 지났을까요? 화장실 안 향기가 조금 연해진 느낌입니다. 컵 안에 세제를 더 담았습니다. 향기가 더 진해지기를 바라면서요. 그런데 그렇게 세제를 추가했는데도 그 좋던 향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참 희한하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어느 날,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그때 좋았던 그 향기가 다시 진하게 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제는 며칠이 지나야 향기가 나는 것인가? 왠지 이상한데?’ 그런 생각을 하며 손에 묻은 물을 닦기 위해 수건이 들어 있는 작은 수납장을 열었습니다. “어?” 살짝 연 수납장에서 그 좋은 향기가 “확!” 퍼져 나왔습니다. 얼마 전 그 향기가 분명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매주 초, 아내는 세탁한 수건을 목양실 화장실에 있는 수납장에 가득 채워두는데, 알고 보니 그 좋은 향기의 정체는 수건에서 나는 섬유유연제였던 것입니다. ‘내가 부어놓은 세제 덕분인 줄 알았는데, 아내가 가져다 놓은 수건 향기였다니!’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연신 ‘세제’만 컵에 따라 두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자주 착각하며 삽니다. 오늘도 ‘내가’ 이루었다고 생각한 것 대부분이 알고 보면 ‘그분’의 은혜로 된 것인데도, 내가 한 걸로 생각합니다. 이번 주 우리 교회는 심령부흥회를 가졌습니다. 강사 목사님을 통해 들은 말씀 중 출애굽기 17장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아말렉과 전쟁할 때, 여호수아가 전쟁터로 나가 힘써 싸워 승리를 거두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여호수아가 싸워 이긴 게 아니었습니다. 여호수아가 싸울 때 모세가 손을 들고 기도하니 승리를 거둡니다. 모세의 팔이 내려오면 다시 전세가 밀리기에 모세의 팔이 내려오지 않도록 아론과 훌이 모세의 팔을 붙들어 줍니다. 그 기도로 이스라엘은 아말렉을 승리한 것입니다. 곧 하나님께서 승리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이렇게 명하셨습니다. 

“그때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늘의 승리를 책에 기록하여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하고, 여호수아에게는 내가 아말렉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서 아무도 아말렉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나의 결심을 일러주어라.” (출17:14, 현대인의 성경) 이스라엘의 승리는 여호수아가 아니라 하나님이 이룬 것임을 알게 하신 것입니다.

 오늘 내가 이루었다고 자부했던 일들을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그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하나님이 직접 행하여 주신 것입니다. 이 깨달음이 희미해질 때마다 목양실 화장실에서 수납장을 열어 수건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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