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회장단의 9박10일 동유럽 연수
관광객만 북적이는 대성당 보며 상념
지하교회 돌아보며 저항정신 떠올려
9월 4~13일 진행되는 지방회장단 동유럽 해외연수 일정을 위해 이른 아침 인천국제공항 B 카운터 앞에 모였다. 우리 부부도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캐리어를 밀고 끌며 급하게 왔는데, 대부분의 목사님 부부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큰일이다. 몇 분을 제외하고는 서로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성적인 우리 부부는 9박 10일 동안 잘 모르는 목사님 사모님들과 불편해서 어떻게 지내야 하나 걱정이 한 가득이다. 수속을 마치고 13시간의 기나긴 비행 끝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또다시 2시간 40분 동안 버스를 타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호텔에서 첫 숙박을 했다.
다음날부터 시작된 일정은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그리고 다시 독일로 돌아와서 한국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동유럽 5개국을 짧은 기간 동안 돌아야 하기에 많은 시간을 대부분 버스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하루에 서너 시간은 기본이고 일곱 시간을 넘게 버스로 이동하기도 했다. 걷는 것도 1만 보는 기본이고 2만 보를 넘겨 걸을 때도 있었으니 결코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더구나 나는 여행 초기 시차 적응마저도 실패한 터라 피곤함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고된 여정의 피로를 눈 녹듯 녹게 만드는 기적들이 하나 둘 우리 앞에 펼쳐졌다.
유럽을 여행하며 제일 먼저 마주 대하게 되는 것은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이다.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과 오스트리아의 성 슈테판 대성당, 그리고 체코의 성 비투스 성당 등은 그 화려하고도 웅장한 고딕 양식이 한순간에 우리를 압도한다. 당시에 이런 건물을 수백 년에 걸쳐서 지은 것도 놀랍지만 천년에 걸친 역사의 옷을 입고 또 그 자리에 보존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이들은 오늘날 하나같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어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이 방문한다. 예배자로 가득해야 할 성당 본연의 모습은 상실한 채 수많은 관광객들만이 북적대는 것이 예수님의 성전 청결 사건을 생각하게 했다. 이렇게 화려한 성당 건물과 수많은 인파를 보시고 예수님은 어떤 마음이실까? 오늘 한국교회를 돌아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번 순례 여정을 더욱 의미 있게 한 곳은 초기 종교개혁자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체코의 역사 도시 타보르이다. 15세기 체코의 대표적인 종교개혁가 얀 후스를 따르는 후스파 기독교인들이 로마 가톨릭에 끝까지 저항했던 곳이다. 이곳 광장 지하에는 후스파 기독교인들이 숨어서 생활했던 지하 카타콤이 있다.
어둡고 좁은 길이 시 광장 곳곳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미로처럼 이어져 있어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일부만을 관람했지만 그들의 저항정신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역사의 현장을 순례하며 우리가 그 개혁정신을 이어가고 있음을 다시금 되새겼다.
이러한 일정들을 소화해 가면서 어느새 우리 일행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처음 떠날 때의 어색함과 수줍음은 온데간데없고 서로 어우러져 활짝 웃으며 다시 담기 어려운 추억을 사진 속에 담느라 분주했다. 이렇게 개혁정신을 되새기고 함께 울고 웃으며 하나 되어 오늘의 성결교회를 섬기자고 다짐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피곤함에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깨고 보니 지난 동유럽 해외연수 일정이 밤의 꿈처럼 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