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교회 필리핀 사역 현장
교회 봉헌식 마치고 ‘민생 전도’
빈곤 가정 위해 새집 지어주고
동네 우물파기, 세간살이 지원
미혼모-난치병 환자도 심방
고아원 찾으니 찬송가로 환영
현지교회 목회자-성도 격려도
지난 9월 12일 오후 조이교회 봉헌식을 마친 서대전교회(박인기 목사) 선교팀이 딸락 시내의 한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한산했던 쇼핑몰에 한국인들이 등장하자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베테랑 주부인 정하영 강혜숙 이경실 권사 등이 앞장을 섰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3층 가구점. 이것저것 살피다 싱글 크기 침대와 매트리스 하나를 골랐다. 가구점 맞은편에서는 가스레인지 한 대를 샀다. 그릇과 냄비 등 각종 주방용품도 카트에 담았다.
어느새 쇼핑카트는 생필품으로 가득 찼다. 줄지어 쇼핑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가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번 쇼핑은 자신들을 위한 쇼핑이 아니라 필리핀 빈곤층 가정의 세간살이를 바꿔주기 위한 사랑의 쇼핑이다.
이날 ‘사랑의 쇼핑’에 초대된 사람은 조이교회 인근에 사는 리사 씨다. 오랜만에 대형마트를 방문한 그녀는 쇼핑 내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리사 씨 가정은 집은 마련했지만 생활용품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쉬웠다. 침대 같은 가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살았다. 남편이 은퇴한 후에는 형편이 더욱 어려워져 쇼핑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서대전교회의 후원으로 필요한 세간살이를 마련할 수 있었다.
리사 씨는 “사고 싶고 갖고 싶었던 것을 원하는 대로 샀다”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넘치는 축복을 받았다. 하나님과 서대전교회에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서대전교회가 구매한 용품은 4만 페소(한화 약 100만원) 가량이다. 필리핀 농촌에서는 우리 돈 100만원 정도면 웬만한 세간살이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서대전교회 선교팀은 세간살이 바꿔주기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사랑의 집짓기와 우물파기 지원사업도 벌였다.
서대전교회 제1호 러브 하우스는 조이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고도 프레도와 엘리사 맨도사 부부 가정이 선정되었다. 고도 씨의 가정은 전형적인 필리핀 농촌의 가옥으로 코코넛 나무와 합판으로 만든 집이었다. 집 안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캄캄했다. 크기는 불과 13.22m²(약 4평)에 불과했지만 가족 5명이 함께 산다. 배수가 잘 안돼 비만 오면 마당이 진흙탕이 되기 일쑤라고 아내 엘리사 씨가 말했다.
엘리사 씨는 “집을 짓지 못해서 하나님께 새 집을 달라고 늘 기도했는데, 기도의 응답이다”면서 연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 짓게 될 새 보금자리는 박인기 목사가 건축비 150만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선교팀 일행은 엘리사 씨의 집을 뒤로 하고 싼따이나사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사는 제말 팔콘 씨 가정에 우물을 파주기 위해서다. 우물파기라고 해봤자 지하 20~40m 깊이의 파이프를 박고 수동 펌프를 달아 물을 퍼 올리는 수준이지만 그마저도 없는 집이 많았다.
제말 씨 가정도 우물이 없어서 오랫동안 인근 이웃집에 가서 물을 길어 왔다. 이곳에서 우물 하나를 파고 펌프를 다는 데 드는 비용은 2만 페소(50만원)이다. 서대전교회 선교위원장 이광일 장로가 이 비용을 기부하기로 했다.
제말 씨는 “하나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늘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번에 파게 될 우물은 제말 씨네뿐만 아니라 이웃에 있는 두 가정이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이광일 장로와 일행은 우물 팔 곳에 서서 “이곳에 생수가 솟아나듯이 영혼의 생수를 마실 수 있게 해 달라”고 두 손을 모았다.
이번 필리핀 선교지 방문은 9월 11~12일 이틀뿐이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빡빡했다. 봉헌식과 사랑의 쇼핑, 우물파기, 집짓기 외에도 현지 교회와 고아원을 방문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심방하는 일까지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둘째 날 오후는 드림브릿지 대표 김성학 목사의 안내에 따라 지역 교회와 성도들의 가정, 참포도나무고아원 등을 방문했다.
참포도나무고아원 아이들은 건물 입구까지 나와서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해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었다. 아이들은 워십과 찬양을 선보이며 멀리서 온 선교팀을 환영했다. 선교팀도 아이들을 위해 과자를 선물했다.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에게는 생리대도 전달했다.
아쉬움이 남는 짧은 만남이다 보니 박인기 목사는 “다음 방문 때는 꼭 삼겹살 파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행은 또 드림브릿지가 판 우물과 건축 중인 사랑의 집도 방문했다. 집 밖 우물에서는 펌프질을 하자 물이 콸콸 쏟아졌다.
봇보토네스에 짓는 집은 알제이 부부가 거주할 신혼집이다. 부모와 동생 등 총 8명이 좁은 집에 함께 살았는데 집이 완성되면 분가하게 된다.
지붕을 얹고 바닥 공사만 하면 곧 입주한다. 아직 건축 중인 현장에서 방문단은 이 가정을 축복하며 공사의 마무리를 위해 기도했다.
어머니 크리스티나 씨는 “한국의 미션팀 덕분에 결혼한 큰아들네를 분가시킬 수 있어 감사하다”며 “집을 짓는 것이 어려운데 그래서 더 고맙다”고 말했다.
이 집을 떠날 때쯤 대학에 다니는 첫째 딸이 돌아왔다. 드림브릿지의 장학금으로 이곳 사립대학에서 공부 중이다. 그녀는 “장학금을 통해 꿈을 향해 달릴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성학 목사는 고등학생인 둘째 딸에게도 “너도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에 보내 줄게. 빨리 들어가서 공부하라”며 손짓발짓으로 아이를 다그쳤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가족과 선교팀도 모두 한바탕 웃었다.
선교팀은 또 미혼모 가정도 심방했다. 올해 7월 출산한 바유단 씨 가정을 방문해 산모와 아이를 축복하고 선물도 전달했다. 그동안 미혼모라는 이유로 마음 고생을 했던 그녀는 한국서 온 손님의 방문에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임신 후 중단했던 교회를 다시 나가겠다”고 김성학 목사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이후 혈관종을 앓고 있는 자스퍼도 찾아갔다. 올해 두 살인 이 아이는 혈관종으로 왼쪽 다리가 심하게 부었다. 그나마 드림브릿지가 아동의 치료비를 후원하면서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선교팀은 아이의 치료를 위해 한마음으로 뜨겁게 기도했다.
평소 낯을 심하게 가린다는 자스퍼는 신기하게 기도가 끝나자 선교팀원들과 하이 파이브를 했다.
이 밖에도 선교팀은 2013년 서대전교회의 지원으로 건축된 테힐라교회와 봇보토네스교회, 발디오스교회 등을 방문하고 현지 목회자와 성도들을 격려했다.
마지막 행선지 발디오스교회를 나올 때는 이미 어둠이 짙었다. 이렇게 딸락 지역 선교 활동을 마치고 일행은 지친 몸을 이끌고 새벽 2시 클락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강렬하고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선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