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프로그램 찾지 못하고
 다른 사역과의 순위서도 밀려
“창조세계 보존, 적극 가르쳐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지나고 일교차도 커지는 처서도 지났지만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고, 서울은 사상 최초로 9월 10일과 18일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2008년 폭염특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9월(1~19일) 전국 폭염 일수는 5.5일로 기상관측이 시행된 1973년 이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우리의 턱밑까지 임박한 상황이다.

한국교회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지난 9월 20일 발표된 ‘유청소년 기후환경 인식과 행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목회자·교사 10명 중 7명은 교회학교 기후위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주기적으로 기후위기 교육을 실천하는 교회는 5개 중 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학교를 담당하는 목회자·교사는 ‘기후변화 문제’를 ‘저출생·고령화 문제’ 다음으로 시급하게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에 시급한 과제’를 물었을 때 1순위 ‘저출생·고령화 문제(37,9%)’에 이어 ‘기후변화 문제(18.2%)’가 2순위로 꼽혔다. 또 목회자·교사(96.7%)와 학생(89.3%) 대부분도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또 목회자·교사(39.5%)와 학생(50.4%)은 ‘폭염 강도 및 일수 증가’로 인해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실제 교회학교 현장에서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교육이나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교회학교의 기후위기 교육 여부’에 대해 목회자·교사 73.1%가 ‘꼭 해야 한다’고 답하고, ‘향후 1년 이내 기후위기 교육 및 실천운동 전개 의향’을 물었을 때도 ‘있다(약간 있다+매우 있다)’가 95.2%로 압도적이었지만, 실제 교회학교 현장에서 주기적인 기후위기 교육이 이뤄지는 비율은 24.0%에 불과했다. ‘한 적이 없다’는 응답도 29.6%에 달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1회성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46.4%)’고 답했다. 

교회학교에서 기후위기 교육이 어려운 이유로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거나 다른 사역과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프로그램 구성·진행 방식을 모른다(1+2순위)’는 응답이 56.8%로 가장 많았고, ‘다른 중요한 프로그램이 더 많다’도 45.9%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관심이 없다’도 21.6%,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18.9%, ‘교회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응답도 16.2%로 조사됐다. 설교로만 기후위기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학교 사역자 10명 중 7명은 기후위기 관련 설교를 했지만, 정작 학생들은 2명 중 1명만이 설교를 기억하고 있었다.

‘교회학교에서 기후위기 관련 설교한 경험’에 대해 목회자·교사는 ‘여러 번 했다(3회 이상)’ 20.8%, ‘한 두번 했다’ 51.2%로 나타났지만, 학생은 ‘듣지 못했다/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응답이 44.1%에 달했다. 

특히 학생들은 목회자·교사에 비해 기후위기와 신앙과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기후위기 대응 활동과 신앙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서 ‘기후환경 보호활동은 창조신앙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신앙과 관련이 깊다’는 항목에 대해 목회자·교사 77.8%는 동의한다고 답했지만, 학생들은 25.0%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기후환경 보호활동은 사회적 활동일 뿐이지 신앙과는 관련이 없다’ 항목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은 학생이 31.3%, 목회자·교사는 10.6%로 나타났다.

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기독교 신앙의 창조보전과 청지기 정신 등의 신앙적 가치와 기후위기 대응 활동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교육이 요구된다”며 “기후위기 대응 활동이 단순한 사회적 활동이 아닌, 신앙적 실천의 한 형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신앙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 안정도 교수(장신대)도 “다음세대가 자연을 보호하고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일은, 그들의 삶 속에서 실천되는 신앙의 표현이 될 것”이라며 “그들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닌, 창조 세계에 대한 경외와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보존하는 일이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임을 깨닫게 할 때, 그들은 자신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기독교환경교육센터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4월 17일~6월 12일 동안 교회학교를 담당하는 목회자·교사 483명과 교회에 출석하는 중·고등학생 569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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