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슬리의 회심 체험(1738년)은 완덕(完德)의 삶을 추구하던 한 영성가의 회심이었다. 거룩한 결단 후 승리의 기쁨을 누릴 때도 있었지만, 13년 간의 좌절과 방황 끝에 얻은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그가 추구했던 공덕(功德)의 길과는 전혀 다른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완성된 은혜의 길에서 만난 참된 안식이자 행복이었다. 

  1725년 경부터 웨슬리의 신앙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부모 곁을 떠난 11세부터(1714년)부터 대학의 학부 과정을 마친 22세(1725년)까지, 그의 삶은 습관적으로 죄 가운데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기 아버지처럼 조급해서 화를 잘 내고 남을 괴롭히는 나쁜 죄를 짓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또 어려서부터 훈련받은 종교적 원칙을 따라서 행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어서,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갚을 수 있다고 계약을 하고 돈을 빌린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김진두. 존 웨슬리의 생애 . 52P). 

그런데 웨슬리가 돌이켜 여생 전체를 하나님께 예물로 드리기로 거룩한 결단을 한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결단이었다. 그의 인생 목표는 이때 확고히 정해졌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다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안전하게 천국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완전한 헌신, 완전한 성화, 완전한 사랑, 완전한 그리스도인이 그의 유일한 목표였다. 이후 이 목표는 한 번도 변하지 않았고, 그 결심을 후회한 적도 없었다. 이는 웨슬리의 생애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이러한 결심의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대학 졸업 후 성직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적 독서(spiritual reading)를 통해 깊은 감화를 받은 것이다. 그의 영적 독서에는 네 살 연상이던 샐리 커크함(Sally Kirkham)의 영향이 컸다. 샐리는 우아한 성품과 깊은 경건을 갖추었으며, 신학과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여성이었다. 두 사람은 마음을 주고 받는 깊은 연애를 했지만,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다. “내가 하나님보다 여자들을 더 사랑하는가?”라는 자기성찰의 질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웨슬리는 “하나님이냐, 여자냐? 결혼이냐, 독신이냐?”라는 두 갈래 길에서 고뇌하고 쭈빗쭈빗하다가 샐리를 붙잡지 못한 것 같다.  

영적 독서는 웨슬리에게 새로운 신앙의 세계를 맛보게 해 주었다. 그는 15세기 신비주의 수도사인 토마스 A. 켐피스(T. A. Kempis)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 영국 국교회의 주교이며 영성운동가인 제레미 테일러(J. Taylor)의 거룩한 삶과 거룩한 죽음 , 옥스퍼드 대학 교수로 그의 스승인 윌리암 로우(W. Law)의 그리스도인의 완전과 경건한 삶으로의 중대한 부르심 등으로부터 특히 깊은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책들을 통해, 웨슬리는 마음의 신앙, 내적인 성결, 의도의 순수성, 완전한 헌신 등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깊이 자각하게 되었으며,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추구하기 시작했다. 한 예로, 그는 그리스도인의 완전 을 읽은 후 이렇게 고백하였다. “나는 어느 때보다도 절반의 그리스도인(half a Christian)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나는 주님의 은혜에 의지하여 나의 영혼과 몸, 그리고 존재 전체와 소유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기로 결단하였다. 진지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누가 이와 같은 완전한 헌신이 너무 지나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김진두. 존 웨슬리의 생애 . 58P).

이때를 전후하여 웨슬리는 그리스도인의 완전을 이루기 위하여 생활 지침을 만들어 사용했다. ‘총칙’과 ‘세부 규칙’과 ‘결심’을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들 중 ‘거룩한 삶을 위한 시간 사용의 아홉 가지 규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너무 잠을 많이 자지 말라./ 너의 소명에 부지런하여라/ 남은 시간을 경건생활에 사용하여라/ 모든 성일을 거룩하게 지켜라./ 술주정뱅이와 수다쟁이들을 피하라./ 쓸데없는 호기심과 세상 일, 그리고 무익한 지식을 피하여라./ 매일 밤 자신을 성찰하여라./ 어떤 이유로든 기도를 위해서 최소한 한 시간을 떼어놓지 않고 보내는 날이 없게 하라./ 모든 종류의 정욕을 피하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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