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심판이 더딘 까닭에 대하여 베드로는 말하기를, 모두 회개하여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구원에 이르도록 참고 기다리시는 것이라 하였다(벧후3:9). 그러나 불의한 자들의 박해에 시달리는 고통 가운데 하나님의 정의에 목말라하는 자들은 모순된 세상을 바라보면서 탄식할 수밖에 없다. 힘없는 자들에 대한 권력자들의 횡포, 사회적 신분과 돈의 힘으로 사람을 업신여기는 이른 바 가진 자들의 갑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한 이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 바울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옳다는 신정론의 신비에 한 자락 설명을 보탠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심판을 개인에 대한 내세 심판과 우주의 종말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 불의한 자가 잘되고 악한 자가 성공하는 듯 보여도, 의로운 자가 손해를 보고 정직한 자가 고난을 당하는 모순된 현실의 과정에 하나님의 현세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언제까지입니까라는 질문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 바울은 식민지 수탈에 시달리고 로마 제국의 자유 시민권자, 남자, 성인에게만 부여되는 로마의 평화(PAX ROMANA)에 경건하지 않고 불의를 행하는 자들에게 준엄하게 경고한다(롬 1:18~28).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의 모든 것에 하나님의 신성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지혜롭다고 여기는 허망한 생각과 미련한 마음을 가진 어리석음으로 어둠에 빠졌다고 하였다(롬 1:18~28). 나는 제대로 보고 있을까.
▨…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더러운 대로 내버려 두셨고, 부끄러운 욕심대로 내버려 두셨으며,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셨다고 하였다. 모순의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복음 전도자 바울은 세상의 모순이 하나님의 정의이며 그 방법은 내버려 두심(遺棄)이라는 것이다. 버림받음. 이보다 더 비참한 운명이 있을까. 잘못을 나무라며 회초리를 드는 징계는 아직도 관심이 있다는 표현이며 기회가 있을 때다. 지금 나의 형통은 하나님이 내다 버리신 결과는 아닐까?
▨… 권력과 다수의 힘으로 잘 나가는 것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안위와 그들만의 욕망을 위해 무고한 재판과 정죄를 일삼던 자들은 끝내 그들이 잘 쓰던 검으로 망할 것이라고 주께서 말씀하신 대로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죄인의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진실한 신앙의 자리를 찾으라는 지혜자의 충고가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들리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