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때 가치관, 치어리딩 영화에 담겨”
그시절 오생락 목사님 격려-응원
창작 꿈 이루는데 길라잡이 역할
가장으로 바로서기가 기도 제목
기러기아빠 소재 드라마 준비중
점점 우정의 소중함을 말하기가 민망해지는 요즘이다.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으로 눈을 돌려봐도 서로 격려하거나 위로하기보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자기 감정을 배설하기 바쁘다.
이처럼 각박해져만 가는 세태에도 여전히 우정의 귀중함과 응원의 필요성을 웅변해 주는 영화 ‘빅토리’의 개봉은 그래서 더 반갑다. 8월 14일 개봉한 영화 ‘빅토리’는 성결인 시나리오 작가 박성훈·강민선 부부(춘천 하늘평안교회)가 함께 쓴 작품이다.
‘빅토리’는 2020년 12월에 방영을 시작해 시청률 14%를 기록한 드라마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의 극본을 쓴 박성훈 작가(사진) 부부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강원서지방 하늘평안교회(오생락 목사)를 섬기고 있는 이들 부부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만한 시나리오를 쓰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빅토리’ 극본을 집필했다.
영화 ‘빅토리’는 1984년 거제고등학교에서 결성된 대한민국 최초의 치어리딩 팀인 ‘새빛들’의 실화가 바탕이 됐다.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춤꾼인 주인공 ‘필선(이혜리)’과 필선의 단짝 친구 ‘미나(박세완)’가 춤 연습을 위한 동아리실을 얻기 위해 전학생 ‘세현(조아람)’과 함께 치어리딩 팀을 만들어 가는 고군분투를 그려냈다. 디바, 김원준, 터보, 조성모 등 9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의 노래들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빅토리’의 시작은 드라마 제작사에서 기획 PD로 커리어를 시작한 강민선 작가가 문을 열었다. 옛날 신문에서 봤던 거제의 치어리더 이야기에 빠져든 강 작가는 거제까지 내려가 기사 속 실제 인물인 한필선 씨와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강 작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15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 ‘치어걸’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해 우수상을 받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 작가는 강 작가와 함께 3년이라는 인고의 시간 끝에 ‘빅토리’ 각본을 마무리했다.
각본은 마무리됐지만, 영화가 크랭크인이 되기까지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야 했다. 제작사를 찾아다니며 각본을 건네도 손사래를 치기 일쑤였다. 천신만고 끝에 지금의 제작사와 계약을 했지만, 이번엔 투자가 문제였다. 그러던 중에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지인을 통해 투자사와 연결됐다. 말 그대로 하나님의 인도였다.
박 작가는 “영화 제작 단계에서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컸다”며 “어느 날은 ‘영화가 엎어졌다’고 연락이 오고, 몇 달 후에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하더니 ‘무기한 연기됐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시사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아내와 함께 우리가 기도했던 제목들을 하나님께서 다 이루어주셨다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박성훈·강민선 작가 부부가 그려내는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이렇다 할 ‘악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작인 ‘암행어사’도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비리에 맞서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조선시대 왕실의 비밀수사관 암행어사와 어사단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코믹 미스터리 수사극을 표방했다. 어쩌면 복잡한 혈연관계나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요소가 가득한 소위 ‘막장’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따뜻한 감동과 무해함을 추구하는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성훈 작가는 “‘나는 예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벼운 영화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즐겁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면 저 스스로 무척 힘들게 됐다”며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 결국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는 점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서 작가의 세계관도 정립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는 영화 ‘빅토리’처럼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박 작가의 이야기에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출석한 하늘평안교회에서의 기억과 경험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박 작가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목사님에게 배웠던 신앙의 가치와 삶의 태도들을 통해 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도 글을 쓸 때면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어디에서 왔나 곰곰이 떠올리면 중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방황했던 학창 시절 오생락 목사의 격려와 응원은 박 작가가 꿈을 이뤄 가는데 길을 잃지 않는 길라잡이이자 방향타가 됐다.
“어떤 날은 무조건적인 격려가 필요한 날이 있지 않나요? 가끔 목사님과 통화하면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목사님은 항상 응원해 주시거든요. 그게 너무 힘이 됩니다. 의지할 수 있는 분이 정말 하나님 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고요.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위해 응원해 주신다는 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를 받곤 합니다.”
‘가장으로 바로 서고, 믿음의 가정을 만드는 것’이 기도제목이라고 밝힌 박 작가는 “암행어사도, 빅토리도 쉽게 만들어지는 작품이 없었다. 아무리 이름 있는 작가나 감독이라도 차기작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기러기 아빠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새로운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당분간은 빅토리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 빅토리를 많아 찾아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