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라이트 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 시작된 사업은 국무총리실 소속 하에 기념사업위원회가 구성되고 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대통령이 적극적인 기념사업을 말할 정도로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건국 60주년’ 움직임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는데 목적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위원회의 인식 저변에는 ‘그동안 진보(좌파)진영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폄하했다’는 생각과 함께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보수(우파) 애국 세력이 나서야 한다’는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역대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정권 자체에 문제가 있다. 사사오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이승만 정권과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잡고 2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박정희 정권, 그리고 12.12사태와 5.18 광주 살상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권 등을 ‘우리 정부’라 말하기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직선제를 통한 권력이양과 문민정부의 탄생, 50년만의 정권교체 후 세워진 국민의 정부 등은 국민들에게 정부다운 정부로 받아들이게 했고 그 정통성을 확신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자랑스럽게 외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그 예다.

그런데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에 ‘건국(建國)’이라는 용어가 강조되고 등장하면서 고민이 생겨났다. 올해가 대한민국이 탄생한 지 60주년, 끊어지는 해라는 측면이 고려된 것이다. 그러나 건국은 전에 없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다는 의미로 대한민국 정부의 탄생에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고려나 조선을 세운 이들은 ‘건국’ 대신 기존의 역사를 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라만 바뀌는 것임을 강조하며 ‘개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작금에 우리는 (고)조선으로부터 삼국(분열)시대, 고려, 그리고 조선과 대한제국,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기 입으로 60년이라고 축소 주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올림픽 개막공연에서 50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세계 속에 선보였다. 나침반과 화약, 종이와 활자인쇄술 등 4대 발명품이 실크로드를 통해 전 세계 속에 전파되었음을 자랑했고 둥근 지구를 형상화한 구체를 띄워 올려 미래에 세계 속에 강대국으로 굳건히 설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공연을 통해 진, 당, 한으로부터 시작되는 역사와 함께 50여개 소수민족을 하나로, ‘중화’라는 단어로 압축해 전달했다. 5000년 역사의 긍지와 자부심을 온전히 쏟아부은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건국을 말한다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외에도 후보군이 많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건국 89주년),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개칭한 1897년(111주년), 조선이 개국한 1392년(616주년), 옛 조선 건국(4341주년) 등…. 이들 모두 건국 후보로 적당한 이유와 논거가 있지 않는가. 우리는 ‘건국 60주년’이라는 용어 사용을 피해야 한다. 미국 등과 같이 서구와 같이 전혀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진 경우야 건국 200년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동아시아처럼 역사적인 배경과 문화가 계승되고 이어져 온 측면에서는 서구의 견해를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히 최근 일본이 독도 점령 야욕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어 오고 있다. 1905년 일본은 시마네현 고시를 통해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개칭하고 일방적으로 시마네현에 편입시키는 조치를 단행하였고 지금도 이를 근거로 자신의 영유권을 주장해 오고 있다. 만약 일본이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이 1905년 일본 시마네현에 편입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라 답변해야 하는가?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 있었던 것이지 ‘우리나라’의 건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임이 분명하지만 ‘우리나라’는 옛 조선으로부터 이어진 5000년의 역사 그것이 녹아들어 있다. 현재의 정치적인 고려를 위해 ‘건국’이라는 용어를 쓰기보다는 가능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60년’ 또는 ‘대한민국 60년’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낫지 않나 조심스레 제기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