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히 말하려는 자가 없어졌다. 백제 의자왕 16년(AD 656) 봄 3월에 왕이 궁인들과 음란과 향락에 빠져서 술 마시기를 그치지 않으므로 좌평 성충(成忠)이 적극 간언하였더니, 왕이 노하여 그를 감옥에 가두었다. 역사의 기록 삼국사기 권28은 후세의 읽는 이를 위해, 이로 말미암아 감히 말하려는 자가 없어졌다(由是 無敢言者)고 부언하였다. 역사가는 백제의 멸망이 말 길(言路)의 단절,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 한 청년의 죽음을 애도해야 할 순간 권력자의 격노(激怒)를 언급하는 이 시대는 삼국시대 전제군주 국가인가. 직원에게 격노한 도지사, 보고 없이 수사한 지검장에 대한 검찰총장의 격노, 전쟁을 먼저 일으키고도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해 중대한 도발이라는 푸틴의 격노, 이스라엘이 감행한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격노. 어느 세상에나 주권자의 분노는 권력자의 격노 앞에 무력하기만 하다.
▨… 효도와 우애로 해동증자(海東曾子)라 불리던 의자왕은 성군으로 출발하였으나 바른 소리를 멀리하고 소통을 단절하면서 판단력마저 흐려졌다. 성충은 옥에서 죽기 전 다시 한번, 전쟁이 일어날 터인데 침략군이 쳐들어오면 육로에서는 침현(沈峴)을 수군은 기벌포(伎伐浦)에서 막아야 한다고 간언하였다. 왕은 이마저도 듣지 않았다. 결국 백제는 침현을 넘어온 신라군과 기벌포를 건너온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 언제부터 종(從)이란 호칭이 주님의 이름 곁에서 ‘주의 종’이란 권위적인 직책이 되었는지, 지방회나 총회 또는 연합기관에서 부장, 위원장, 이사장, 회장 등의 직책에 권력의 의미가 담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상회의 권력을 가지면 소통하기보다는 법과 재판을 통해 윽박지르는 세속적 권위주의가 교회 안에 만연해 있다. 효율적 경영 이론, 독선적 태도, 우월감이 드러나는 리더십은 이미 성경적 원리에서 거리가 멀지 않을까.
▨… 118년차 총회장과 임원, 부서장들이 ‘회개와 상생’의 시대를 열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6.20). 종교개혁 항의문 95개 조항 중 첫 번째 논제가 회개(paenitentiam)였음을 기억한다면 우리 교단은 무릎으로 시작하는 올바른 첫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무릎 꿇고 엎드린 임원들 뒤에 돌아다니고 떠들고 있는 이들은, 엄숙한 순간의 기록(7.6 성결신문)과 함께 게시된 공천 공고에 이름이 오른 이들은, 임원들에게 안수한 그분들은 회개하였을까. 총회장 자문은 총회장과 부총회장을 지낸 사람들만 가능한 일일까. 감히 이렇게 말해도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