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전도사’서 ‘성결 전도왕’으로
창립 95돌 진부교회 유일한 장로
고향 지킨 토박이로 1년 61명 인도
제과업체 감자연구소서 24년 근무
지금은 씨감자 공급하는 사업가로
“베트남 축구하면 박항서 감독이 있죠. 베트남 감자하면 저 신경호가 있습니다.”
자부심 가득한 신경호 장로(진부교회·사진)의 말이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성취를 이룬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내공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신경호 장로는 포카칩과 스윙칩 등으로 유명한 제과기업 오리온이 운영하는 오리온 감자연구소에서 24년을 근무했다. 평일에는 감자 연구, 주말에는 별장을 찾는 회장님을 수행하느라 주일성수를 지키지 못하기 일쑤였다. 또 국내는 물론, 중국과 베트남에서 현지 기후에 맞게 감자 생산이 가능하도록 컨설팅을 하기 위해 해외 출장도 잦았다. 힘은 들었지만 새로운 농업 기술을 습득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며 묵묵히 일했다.
그렇게 바쁜지도 모르고 일에 전념하던 신 장로는 2020년 회사를 나와 씨감자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농업회사 ‘파파어그로’를 설립했다. 기후 위기를 이겨내는 씨감자 품종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도 있었지만, 교회에 얼마 남지 않은 ‘젊은 일꾼’으로서 이제는 제대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사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지만 신 장로가 키운 씨감자는 개인 농가에는 보급할 물량이 없을 정도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1년을 공들여 2만5000평에서 수확하는 씨감자의 대부분은 농심이나 롯데제과와 계약을 맺은 농가에 공급하기 바쁘다.
신 장로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감자밭을 돌면서 잘 자라고 있는지, 혹시라도 이상이 없는지 살핀다. ‘모든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 듣고 큰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이라면서도 “농사는 내가 스스로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좋은 품종을 좋은 조건에 경작하더라도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는 걸 매번 느낀다”고 고백했다.
내년이면 창립 95주년을 맞은 진부교회의 유일한 시무장로이자 강원동지방 장로회의 막내 장로로서 교회와 지방회 일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4년전 장로장립을 받으면서 교회 차량을 헌물한 것을 시작으로 스크린과 강대상을 교체하고 교회 리모델링에도 앞장섰다. 또 수십 년간 찬양 인도자로 헌신하며 강원동지방을 대표하는 찬양팀도 만들었다.
신 장로는 제117년차 총회에서 61명을 교회로 인도해 농어촌권역 전도왕으로 선정됐을 만큼, 전도가 생활화됐다. 신앙의 동역자들이 하나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를 떠날 때도 묵묵히 그 자리에 남아 교회를 섬겼다. 자타공인 ‘고향 지킴이’로서 진부면장학회, 진부오대산라이온스클럽, 진부중고등학교총동문회 사무국장 등을 맡으며 지역의 필요를 살뜰히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의 향기를 전한 것이다.
전도의 비결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치며 공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강원도 진부면으로 귀촌을 하는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신 장로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늘어났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사람들을 섣부르게 교회로 인도하기보다 가장 먼저 희노애락을 나누는 이웃으로 다가갔다.
교회의 얼굴은 그 누구도 아닌 성도들 한 명, 한 명이기 마련이다. 신 장로도 교회의 얼굴로서 본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웃에게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필요할 때마다 병원에 데려다주는 일부터 작은 일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격려했다. 이런 지극정성 덕분인지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되고, 예수님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교회에도 출석하게 됐다. 또 교회에서 상처받은 이들을 진부교회로 인도해 공동체와 함께하는 신앙생활이 끊기지 않도록 돕는 일도 쉬지 않았다.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씨감자 사업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분주한 신 장로지만, 그의 바람은 처음도, 마지막도 힘이 닿는 순간까지 교회를 섬기는 것에 있었다.
“지금 진부교회에 나오시는 성도 한 분, 한 분이 다 제 부모님 같은 분들이에요.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이 제 사명이겠구나 마음을 주셨어요. 남은 평생 진부면 지킴이, 진부교회 지킴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