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돌봄’ 교회에 적용해
공부방이나 아동센터 역할
결혼-출산 등 기독교 가치관
청년들에 심어주기도 필요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10년 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9명에서 0.72명으로 내려앉았고 신생아 수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인구 위기와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통계 결과를 토대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당면 과제를 짚어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2022년 24만 9,200명 보다 1만 9,200명(7.7%)이 감소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 0.78명보다 0.06명 줄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3년 1.19명에서 계속 줄어들다가 2018년 0.98명으로 1명 이하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에서 지난해 0.72명까지 내려앉았다.
문제는 줄어들고 있는 속도다. 지난해 분기별로 보면 1분기 0.82명, 2분기 0.71명, 3분기 0.71명에서 4분기 0.65명으로 0.7명대까지 붕괴됐다. 신생아 수를 비교하면 2012년에는 48만 4,600명을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23만 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2020년에는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를 맞이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계속되면 2122년 우리나라의 인구는 2,000만 명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영국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옥스퍼드대)는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세대가 없어졌다”는 일침을 날렸다. 아울러 콜먼 교수는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보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1인당 자녀 양육비 3억원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높은 주거비용과 교육비 등 경제적 요인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자녀 교육비 등 양육비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녀 한 명을 만19세까지 키우는데 필요한 양육비는 약 2억5,206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진학과 졸업 후까지 포함하면 3억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2년 기준 1인당 GDP인 4,300만원과 비교하면 7배 정도 되는 수치이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3%는 ‘필요한 양육비를 지원하면 자녀를 낳겠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빠른 산업화와 경제성장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OECD는 지난 7월 11일 발표한 ‘2024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저출산 문제의 진원을 ‘급속한 산업화’라고 진단했다.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여러 복잡한 문제가 맞물리며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 되었다는 것이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자녀를 돌보는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된 구조와 남성의 장시간 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질적인 일자리 격차도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사교육 투자 열풍’을 불렀고, 교육·취업이 집중된 수도권 쏠림현상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이런 수도권 쏠림현상은 집값 급등으로 이어져 청년들은 결혼 등 가족 형성에 심각한 재정 장벽을 마주했다는 주장이다.
한국교회 저출산 문제 극복 나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한국교회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은 최근 ‘행복한 출생 든든한 미래(이사장 감경철 장로)’와 업무협약을 맺고 저출산 극복을 위한 결혼과 출산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한국사회발전연구원(이사장 김요셉 목사)도 신혼부부에게 6년간 2명의 자녀를 출산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부가 2억원을 지원하자는 정책을 제안했다. 남녀(26~35세)가 결혼 후 혼인신고 즉시 정부에서 2억원을 대출해주고 3년 내 1명 출산시 1억원을, 6년 내 2명 출산시 전액 탕감해 준다는 것이 골자다.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와 CTS기독교TV(회장 감경철)는 ‘종교시설 내 아동돌봄을 위한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교회 등 종교시설을 어린이를 돌볼 수 있는 장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CTS와 CBS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공동 캠페인 영상을 송출하고 출대본이 펼치고 있는 ‘종교시설 내 아동 돌봄을 위한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온오프라인으로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개교회도 저출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2012년부터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 200만원, 둘째와 셋째 아이를 낳으면 각각 300만원과 500만원, 넷째부터는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 교단의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와 서산교회(김형배 목사)도 첫 아이를 낳으면 50만원, 둘째는 100만원, 셋째는 200만원의 축하금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다른 교단의 교회들도 지원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필요
출산 축하금이나 선물을 주는 교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부부가 자녀를 낳고 안심하면서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교회 차원에서는 청년과 예비부부 등에게 건강한 결혼관과 자녀 인식 등을 심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먼저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로는 자녀 돌봄을 들 수 있다. 저출생대책국민은동본부 등에서 제안하는 어린이 돌봄을 교회에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공부방 같은 경우에는 교육청에 신고만 하면 적은 금액으로도 할 수 있어 교회사역에도 안성맞춤이다.
교회 규모가 꼭 크거나 많은 재정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 교단의 경우 통영 한빛교회(조승민 목사)가 농촌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역아동센터 역할을 감당 중이며, 함양 효리교회(서덕출 목사)도 농촌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부방을 개설해 다음세대 사역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 청년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결혼과 출산 등 기독 가치관을 전수하는 것도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 뿐 아니라 교회에도 절체절명의 위기다. 낮은 출산율은 학령인구 감소를 비롯해 교회학교의 존재도 위협하게 된다. 실제로 예장통합의 경우에는 2013년 34만명이었던 교회학교 수가 2022년 21만명으로 37%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가 653만명에서 527만명으로 19%가 줄어든 수치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르게 감소한 것이다. 우리 교단도 매년 교회학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다음세대 사역을 위해 많은 교회에서 교육관 건축 등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지만 그 공간을 채울 어린이들이 먼저 존재해야 함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