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mc² 6.8.1945 독일 최초의 대학(1386)인 하이델베르그대학교의 경내에 있는 성령교회(Heiliggeistkirche)는 내부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채색유리창(Stained Glass)이 눈을 사로잡는다. 제단을 바라보는 위치에서 오른쪽 한 면에 설치된 창문에는 예술작품과는 어울리지 않는 물리학의 기호와 연월일을 쓴 문자가 보인다. 아인슈타인의 공식(E=mc²)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짜(6.8.1945)다. 익살일까. 아니면 신성 모독일까.
▨… 14세기 고딕양식에서부터 17세기 바로크 양식까지 이어 지은 이 역사적 교회당에 현대에 이르러(1977) 스테인드글라스의 예술적 작업의 설계를 맡은 요하네스 슈라이터는 문학, 음악, 컴퓨터, 의학, 물리학, 경제학, 화학, 생물학, 언론, 지도 등을 소재로 유리창을 장식하려 하였다. 성령교회가 세계 지식의 총량을 모은 팔쯔 도서관이 있었던 곳이며 동시에 인류의 기술 발전과 행동은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 슈라이터는 거룩한 영으로 충만한 교회의 아름답게 빛나는 채색유리창에 현대물리학을 대변하는 공식과 인류의 역사에 잊을 수 없는 그날을 적어 놓음으로 인간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런지 모른다. 또한 교회의 사명은 거듭난 자들이 거룩한 영으로 충만하여 역사를 기억하고 돌아보며 모든 지식과 문명의 발전을 바르게 사용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역설의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우리의 대학에 이런 예술과 상징이 있었으면 좋겠다. 알 수 없는 이름과 돈의 액수가 기하학의 무늬처럼 배치된 벽이 아니라 세계를 품고 시대를 이끌어갈 아름다움과 희망을 담은 멋진 작품이. 명헌기념관의 전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시각적으로 아래위가 단절된 비예술적 건축이 아닌, 아래위가 연결 소통되는 시대적 상징이 어디엔가 있을까
▨… 정말 회개해야 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덜 회개해도 될 사람들에게 안수하는 진풍경, 상복을 입고 재(灰)를 뒤집어쓰고 가슴을 쳐도 시원치 않을 이 때에 예복과 학위 가운을 입고 엎드리는 퍼포먼스란. 그래도 그들은 낫다. 정작 회개해야 할 일들을 저질러 교단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은 보이지 않는 이벤트에는 연기자들의 무대만큼의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예술성도 없어 보였다. 차라리 침묵이 진실이며 기다림이 교회 리더 십의 예술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