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8명서 작년 1477명
10대 사범 급속히 늘어 우려
“신앙 뒷받침돼야  완전 치료
 재활시설 등 전문적 지원을”

한국교회 다음세대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중독’이다. 특히 마약은 인터넷과 SNS가 발달해 쉽게 구할 수 있고, 공부 잘하는 약이나 다이어트 약으로도 소개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지 오래다. 유엔(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청국으로 판정하는데, 한국은 2016년 마약사범이 10만 명당 28명에 이르면서 청정국 지위를 잃은 뒤 최근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대검찰청일 발표한 ‘2024년도 1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말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은 201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6% 증가했다. 2022년 1월 적발 마약사범은 1,049명, 이듬해 1,313명을 기록한 데 이어 역대 1월 기록이 바뀌었다. 이런 추세라면 한 해 적발된 마약 사범이 사상 처음으로 3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대 마약사범도 최고치를 경신해 2024년 1월에만 20세 미만 미성년자 마약사범은 84명으로 지난해 1월(14명)과 비교해 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10년간 미성년자 마약사범 증가세는 충격적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2013년 58명에 불과했던 미성년자 마약사범은 2019년 239명, 2022년 481명을 거쳐 2023년에는 1,477명으로 급증했다.

해외에서 마약을 가져오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인 ‘지게꾼’으로도 청소년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2일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의 캄보디아 필로폰 밀수 조직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때 붙잡힌 해외 마약 밀반입 조직 총책은 23세에 불과했고, 지게꾼 14명 중 4명이 10대 청소년으로 심지어 1명은 고등학생이었다. 또 2023년 5월경에는 부모에게 공부방이 필요하다고 속여 오피스텔을 임차한 후 마약 유통사무소로 사용하다가 적발된 고3 학생 3명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여중생들이 텔레그램 마약방을 통해 필로폰을 구입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불과 약 30여 분이면 충분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집중력을 강화시켜 주는 음료라고 속여 마약 음료수를 나눠주는 사건도 발생해 모두를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제38회 세계마약퇴치의 날인 지난 6월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탈중독 친회복 포럼’에서는 처벌을 넘어 회복을 지향하는 마약 관련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마약사범을 줄일 수 없을뿐더러 ‘마약과의 전쟁’과 같은 이벤트식 대응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의 공동 저자 김희준 변호사(법무법인 LKB)는 “애당초 마약에 손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법이다. 어렸을 때부터 마약의 위험성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며 교육 과정에 일정 시간 이상 마약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법령을 개정해  전문강사 양성, 체계화된 전문교재 제작 및 배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검사 재직 시절 ‘마약왕’ 조봉행 사건을 지휘했던 김 변호사는 “마약 문제는 단순히 범죄의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마약 공급 사범은 엄단하되 단순 투약 사범은 범죄와 질병이 결합된 관점으로 보아 치료와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사회와 다음세대를 좀먹는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 

조윤하 목사(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 팀장)는 교회가 마약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회복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조 목사는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신앙과 영성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며 개교회를 비롯해 한국교회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마약에 손을 댔다가 다시금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고 싶어도 이를 가로막는 게 마약중독 당사자들을 향한 사회적 낙인이다.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참여 배제와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기 쉽다.

조 목사는 “중독당사자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견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회복이 필요한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독에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능력이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한 지지와 중독재활시설과 같은 전문적인 지원이 필수다. 교회가 자신의 공간을 개방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중독당사자의 회복을 위해 돕기를 소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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