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교 100주년을 맞은 서울신학대학교가 기념관 건축으로 심대한 재정압박을 받는 가운데서도 ‘인문학강좌’라는 조금은 색다른 기획을 선보였다. 하필 이런 때, 그런 곳에 돈을 쓰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서울신대가 비로소 학문의 전당다워져 간다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인문학과의 폭 넓은 소통을 통해서 학문으로서의 신학이 발전하기를 기대하면서.

▨… 인문학과의 소통이 정말 신학의 발전, 신학생들의 목회자적 자질 함양에 도움이 되느냐란 질문에 조금 찔끔해진 것일까. 서울신대는 제2탄으로 ‘개교100주년 기념 영성강좌’를 선보였다. 이제 제1강좌가 개봉된 시점이니 기획의 성패를 논한다는 것은 김칫국 한 숟가락 맛보고 떡맛 운운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우선은 기념회관 건립처럼 가시적 결과에만 연연하지 않는 결단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 그러나 영성강좌의 강연자로 내정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안타까움이 치솟는다. 인문학강좌, 영성강좌 같은 우리 교단으로서는 새롭기만한 참신한 기획을 과감하게 결단한 용기는 어디에다 팽개쳐버렸는지 영성강좌 강연자 선임에서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신대 영성강좌의 영성은 교인 수와 교회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 웨슬리 영성의 핵심은 ‘그리스도와의 온전한 일치’에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 안에 있던 그 마음 전체를 가지며 그가 걸었던 그대로 걷는 삶’을 사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성결인이 이해하는 영성 이해의 기본이다. 사시안적이라고 서울신대의 영성강좌 기획자는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강연 내정자 중 몇몇 사람은 한국교회의 병폐의 상징처럼 평가되어 지탄받고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체 하는 것일까.

▨…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는 라 베르나 산에서의 40일 금식기도 기간 두 가지를 위해 기도하였다. 주의 고난을 자신의 영혼과 몸으로 체험하는 것과 주의 충만한 사랑을 자신 안에 품는 것이었다. 레오나르도 보프는 우리의 그리스도인됨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소유하지 않는’ 차원에서 시작된다고 하였다. 명성과 부귀, 누릴 것 다 누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영성의 색깔이 궁금하다면 사슴 쫓느라 산을 보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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