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데연 ‘갈등과 화해’ 조사
“교인이긴 해도 상황에 따라
 용서 못 할 일도 있다” 77%
“교회가 갈등완화 노력” 47%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인 개신교인들은 용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이하 목데연)가 최근 발표한 ‘갈등과 용서 및 화해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 3명 중 1명은 ‘용서가 크리스천다운 삶이어서 용서했다’고 답했다.

성인이 된 이후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한 경험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개신교인의 대부분(83%)이 용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용서 경험이 있는 응답자에게 상대를 어떻게 용서했는지를 물었더니 ‘진심으로 용서했다’ 63%, ‘형식적으로 용서하고 넘어감’이 37%로 나타났다.

개신교인은 자신이 사기, 폭력, 갑질 등을 당할 경우 해당 행위에 대해 얼마나 용서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용서할 수 없는 비율을 살펴본 결과, ‘성희롱적 발언을 한 사람(여성 응답자 기준)’ 76%, ‘사기를 친 사람’ 75%, ‘물리적 폭력을 행한 사람’ 75%로 세 가지 유형이 비슷하게 높았다.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한 동기는 무엇인지도 물었다. 그 결과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의도치 않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가 58%로 가장 높게 응답했고, ‘상대방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기 때문에’ 46%, ‘상대방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크리스천다운 삶이라 생각해서’ 3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앙이 용서의 동기로 작용한 ‘상대방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크리스천다운 삶이라 생각하기 때문에’의 응답 비율은 신앙 단계별로 1단계 27%, 2단계 27%, 3단계 36%, 4단계 50%로 나타나 신앙 수준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을 보였다.

신앙이 용서에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는 결과도 나왔다. 

종교·신앙과 용서에 대한 문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동의율을 확인한 결과, ‘개신교인이어도 상황에 따라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다’에 개신교인 10명 중 8명 가까이(77%)가 동의해 개신교인일지라도 무조건적 용서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타인과 갈등이 생겼을 때 기도를 하면 용서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에는 63%가 ‘그렇다’고 응답해 ‘기도가 용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용서프로젝트의 취지’의 이해와 ‘자신의 경우라면’의 두 가지 측면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용서 프로젝트’는 자기 가족을 죽인 가해자를 신앙적인 이유로 용서하겠다는 피해자 가족의 모임이다. 

먼저 ‘용서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서는 ‘취지를 이해한다(기독교인이라면 신앙적으로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44%로,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36%)보다 많았다. 그러나 ‘만약 나라면’으로 질문을 바꿨을 때는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69%)가 ‘용서할 수 있을 것’(1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갈등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도 조사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사회 갈등 완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개신교인들에게 물은 결과, 개신교인의 47%가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 43%보다는 약간 더 높았으나 절반에는 못 미쳤다. 

이에 대해 목데연은 “한국교회가 사회갈등 완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이 상당수 존재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사회 갈등 완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노력으로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사회 문화 만들기 위한 노력’이 31%로 가장 많았고, ‘편 가르는 사회 문화 지양을 위한 노력’ 26%, ‘가치관(신념)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 1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목데연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사회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1순위로 꼽은 것은 한국교회가 ‘편을 가르고 배타적인 이미지’를 먼저 털어내고, 교회 내부에서부터 이념, 세대, 남녀 등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기독인문학연구원·이음사회문화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1,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12월 20일부터 2024년 1월 4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