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지난해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사 고시 허용했다가 철회
여성안수 지지와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 전개
예장합동 소속 여성 사역자들과 교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이 출범했다.
이미 2005년부터 여성에게 안수를 허용해 여성 목사와 장로를 배출하고 있는 우리 교단과는 다르게 예장합동·고신·합신 등 일부 교단에서는 여전히 여성안수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장합동은 여성 사역자들의 타 교단 이탈을 막고 지위 향상이 필요하다는 꾸준한 요청에 지난해 제108회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에게 ‘목사후보생 고시 및 강도사고시 응시자격 부여’를 전격적으로 허락했으나 일부 대의원들의 반발에 이틀 만에 철회했다.
이후 예장합동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T에서는 지난 2월,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사가 아닌 ‘동역사’를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여성사역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당시 총신신대원여성동문회는 “우리는 총회가 정하려는 '동역사'라는 명칭 부여를 정중하게 거절한다”며 “여성 사역자에게 동등하게 남성 사역자가 받는 예우와 역할, 지위를 부여할 거면, ‘동역사’가 아니라, 그냥 ‘강도사’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명칭으로 말하자면 판사, 의사, 교수, 장관, 대통령도 남녀에 따라 명칭이 둘로 나뉘지 않는다. 역할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7일 예장합동 총회회관 앞에서 열린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최성희 전도사(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여성안수위원장) “신대원을 졸업한 남자 동기들은 곧 강도사, 목사가 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대부분 담임 목사나 선교사가 되었다”며 “하지만 저는 여전히 전도사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교육부 파트 전도사의 위치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최 전도사는 “예장합동 교단의 여성 차별적인 구조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은 여성 사역자를 차별하지 않는 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은 지상명령 수행을 위해 여성도 차별 없이 영적 리더로 세우고 사용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오늘도 합동 교단 내 여성안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2015년 총신대 신대원 여성동문회 송년회에서 여성안수를 허용해달라는 기도를 했다가 맡고 있던 강의가 폐강되고 부당해고까지 당했던 강호숙 박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도 “성령을 받은 자들에게 필요한 건 남녀 질서가 아니라 복음을 능력 있게 전하기 위해 남녀가 협력하는 것”이라며 “하나님과 대화하는 여성이 설교하지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여성이 당회, 노회, 총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공간을 제한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여 불신적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예장합동 소속 남성 목회자들도 참석해 여성안수 허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교형 목사(십자가로교회)는 “21세기에 ‘여성은 목사를 할 수 없다’거나 ‘여성이 어떻게 남성을 가르칠 수 있냐’고 말하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기독교의 가치가 아니다. 지금도 너무나 늦었다. 여성안수를 허용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도 “한국교회는 그동안에 수많은 여성 성도들의 헌신과 수고를 통해서 오늘까지 이렇게 성장해 왔고, 지금도 교단 산하 모든 교회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 성도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성경에는 남자만 안수하라든지 혹은 여성은 안수하지 말라는 구절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성경 해석학적인 문제다. 예장합동 교단은 즉시 여성안수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은 출범선언문에서 “여성 전문인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눈부시게 활동하는 21세기에 안타깝게도 조선시대에 멈춰 버린 골동품 같은 한국교회를 본다”며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 등 일부 보수 교단은 남성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성을 교단과 교회의 의사결정기구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나님은 생육하고 번성하며 세상을 잘 섬길 동반자로 하나님의 형상을 함께 가진 남자와 여자로 사람을 지으셨다고 처음부터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사회와 교회의 필요와 적용 이전에 하나님이 정하신 기본적인 창조의 원칙”이라며 “성경적이지도 않고 뜬금없는 ‘동역사’나 여성 강도권 허용이 아닌 남녀 모두 안수권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은 여성안수 지지와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여성 차별 및 안수 차별 현황 실태 공유 공청회, 언론 릴레이 기고, 교단 총회 방문 등의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한편, 예장합동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T는 지난 6월 4일 총회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제109회 총회에 △여성사역자에게 강도사고시 응시 자격 및 인허 △여성사역자들의 정년과 대우 등을 남자 강도사나 부목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향상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전환할 것 등의 청원안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