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에게 있어 국가란 맹목적 충성 대상은 아니다. 로마제국 시대 초대교회 교인들과 같이, 종교개혁 시대 종교개혁가들과 같이, 나치 시대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와 같이,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거기에 저항하고 예언자적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또한 선하고 건강한 시민으로서, 그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며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성경은 모든 권세가 하나님께로부터 나왔으며, 기독교인들도 이에 복종해야 함을 말씀한다(롬 13:1). 대한민국과 같이 최고 수준의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이는 국가에 대한 사랑, 즉 애국을 넘어, 이웃에 대한 사랑, 즉 애족의 발로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라고 말씀하셨듯, 그 사랑의 극치는 곧 예수님의 십자가와 같은 자기 희생이다.
기독교인들이 이처럼 올바르게 자신의 사명과 의무를 감당한 나라는 단지 영적인 부흥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면에서도 큰 성장과 성숙을 이뤘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모범적인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대한민국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감사하게도 이 땅에 복음을 전파해 준 외국인 선교사들과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우리의 신앙 선배들은, 뜨겁게 하나님을 사랑했을 뿐 아니라 또한 뜨겁게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다. 그리하여 일제시대에는 일제의 박해, 해방 이후에는 공산주의자들의 박해에 맞서 신앙의 절개를 지켰고, 신앙의 자유를 쟁취했다. 그에 더해 선교 시작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교회, 학교, 병원, NGO 등을 세워 사회 각 주요 분야에서 애국애족을 실천했다.
이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기독교인들은 그 위대한 선교사들과 신앙 선배들의 빛난 발자취를 기리고, 감사하며, 본받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 위대한 신앙 전통이 계승되게 하며, 나아가 이 대한민국이 하나님 앞에 더욱 깨끗하고 바르게 서서 이 시대 세계선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교회들은 이 기간 먼저 당연히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음의 불모지이자 암흑의 땅이던 이 나라가 기독교 정신의 토대 위에 세워지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기적 중의 기적이다.
예배, 강연, 그밖의 다양한 보은 행사들을 통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했던 신앙 선배들과 유공자들을 초청해 감사를 표현하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교육과 기억은 일회적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피땀 위에 오늘날 엄청난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 그리고 기독교인들조차, 이 자유와 번영에 취해 그것이 있기까지의 처절하고 치열했던 역사를 점차 잊어가고 있다. 이 나라가 어떻게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며 풍요롭고 부강한 나라, 예수의 복음이 널리 전파되고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 다음세대에게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음세대를 감사를 아는 세대, 성경적 세계관과 국가관으로 무장한 세대로 세워야 한다. 또한 북한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한민족의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