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은 보상규정 없어
조합은 보상토지 줄이거나
용역 동원해 강제퇴거까지
“도시정비법 개정 힘 모아야”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시재개발이 잇따르면서 이를 둘러싸고 조합 측과 교회 간 갈등과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법에 따라 진행하면 간단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도시정비법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복지시설 등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종교시설은 비영리단체라는 이유로 법 규정이 없는 상태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같은 재개발 지역 내 교회들도 서로 다른 평가를 받거나 감정평가액을 멋대로 산출하는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현재 성남시 상대원 2구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은 조합이 종교시설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로 손꼽힌다.
성남시에 따르면 상대원 2구역은 24만여㎡의 부지에 총 5000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지역에는 5개 교회가 있는데 한 곳은 존치가 결정되었으며, 다른 한 곳은 보상금을 받고 이전했다. 문제는 조합 측이 남은 3개 교회에 부당한 대우와 보상조건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제출했지만 용역을 동원해 예배당을 탈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 16일 3개 교회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재개발 조합의 부당성을 알리고 인허가권자인 성남시를 향해 중재에 적극 나설 것을 요청했다.
성안장로교회(김재일 목사)는 1971년 허허벌판이었던 상대원 2동에 교회를 개척 후 53년간 지역주민들을 섬겨왔다. 2016년 재개발이 결정된 후 교회는 존치를 요청했지만 조합 측은 현재 교회가 소유한 1080.9㎡(327평) 가운데 585.2㎡(174평)의 면적만 종교부지로 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교회 측은 지금의 같은 넓이의 종교부지 혹은 인근의 대지라도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지난 4월 22일 새벽예배가 끝나고 교인들이 없는 시간에 용역을 동원해 강제집행했다. 혹시 모를 강제집행에 대비해 법원에 가처분 이의신청과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한 상태였다.
현재 성안장로교회는 도로변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는 상황이다.
김재일 목사는 “174평은 성도 500여 명이 예배드릴 성전 건축이 불가능하고 건축법이 요구하는 필수 시설을 설치하면 80평 정도의 공간만 남는다”며 “무엇보다 교회를 헐값으로 수용하고 시세의 3배 가까운 비용을 제시하며 사실상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상대원침례교회(신선진 목사)는 1984년 개척 후 40년간 소외 이웃을 보듬어주는 사역을 감당해왔다. 상대원침례교회는 3개 교회 중 유일하게 100% 이상 대토를 받은 곳이다. 교회 소유 토지가 528.9㎡(160평)인데 종교부지로 687.6㎡(208평)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비싼 토지 가격이다. 조합 측은 상대원침례교회의 토지 감정가를 35억원으로 결정하고 종교부지 비용으로는 53억원을 책정했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뒤바뀐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하면 지금의 교회 토지는 31억원이지만 대토받는 부지는 21억원의 가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신선진 목사는 “조합 측이 제시한 종교 부지 분양가는 주변의 위례신도시와 판교신도시 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라며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으로 교회가 더 많은 돈을 내고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광장로교회(박동규 목사)도 1977년 설립되어 4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최근 조합 측은 총 462.8㎡(140평)의 절반 수준인 257.1㎡(77.8평)을 종교부지로 제시했다.
박동규 목사는 “140평에 대한 100% 존치가 되지 않을 경우 현 규모로 이사할 수 있는 매입금액만이라도 보상을 해 달라는 것”이라며 “성남시에서도 적극적인 중재로 종교시설 존치 및 조합 합의에 관한 책임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 소장 이봉석 목사는 “3개 교회 모두 한 지역에 있지만 처한 상황이 다른 이유는 조합의 평가와 판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라며 “억울한 교회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도시정비법 개정과 지침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