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회를 통해 필자는 성경을 연구하고 묵상하는 것이 설교자가 본문으로부터 말씀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알렉산더 디그(Alexander Deeg)는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의 실천신학 교수이자 세계설교학회장을 지낸 현시대 가장 탁월한 설교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토라를 해설하는 미드라쉬의 대표적인 두 가지 장르인 할라카(Halakhah)와 학가다(Haggadah)에서 꼼꼼하게 읽기(meticulousness)와 상상하며 읽기(imagination)의 두 가지 읽기 방식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통해 기독교 설교자들이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논의한다.
할라카는 주로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할 지를 진술하는 법규인 반면 학가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장르이다. 디그는 본문을 꼼꼼하게 관찰하며 읽는 방식과 상상하며 읽는 방식이 할라카와 학가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으나 그 방식이 상이함을 설명한다. 할라카의 경우에 본문이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읽는 것은 현실에 해당 상황이 일어날 것을 가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길 가에 병을 두었는데, 다른 사람이 이에 걸려 넘어져서 병이 깨졌다. 이에 대해 병을 둔 사람은 이를 깨뜨린 사람에게 병을 깬 책임을 묻고 병을 깬 사람은 병을 둔 사람의 부주의함에 대해 책임을 있음을 주장하며 자신에게는 깨어진 병의 값을 물어낼 책임이 없고 오히려 그로 인해 다친 것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할라카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떤 사람이 공개적인 장소에 병을 놓았을 때 다른 사람이 오다가 걸려 그것을 깨뜨렸을 때, 그(병을 깬 사람)는 (보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다쳤다면, 그릇의 소유주는 잘못이 있다(그리고 반드시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매우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상황에 대한 대응을 말한다. 여기서 이렇게 일상의 구체적인 일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하게 말하는 것이 꼼꼼함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사건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 할라카에서 활용하는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학가다는 보다 문학적인 차원에서 꼼꼼한 관찰과 상상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야곱이 벧엘에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다리를 꿈에서 본 일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해석자는 천사들이 왜 하늘로부터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대신에 (땅으로부터)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것을 야곱이 봤다고 했는지에 주목한다. 즉, 스토리의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꼼꼼한 관찰을 통해 발견한 의문점을 상상을 통해 해결한다. 학가다는 야곱이 밤에 돌들 중 일부를 놓았으나(창 28:11) 아침에는 돌덩이 하나를 기둥으로 세웠다(창 28:18)는 점을 주목하고, 그 이유를 돌들이 서로 싸우다가 결국 하나의 돌이 되었다는 상상의 결과물을 내어놓는다. 즉, 할라카에서 활용하는 상상은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에 대한 가정으로서 상상이지만, 학가다에서 활용하는 상상은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상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드라쉬의 이러한 해석방식을 그리스도교 해석방식에 대입하자면 할라카식 해석은 문자적 해석이고 학가다식 해석은 비유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디그가 밝힌 바와 같이 문자적 해석과 비유적 해석은 아주 오래된 해석방식이다. 문제는 학가다와 같은 이야기 장르의 본문을 읽을 때에 할라카식으로 해석하지 않고, 할라카와 같이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데 학가다식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즉, 문자적으로 읽어야 할 것을 비유적으로 읽지 않아야 하며, 비유적으로 읽을 것을 문자적으로 읽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문자적으로 읽을 것을 비유적으로 읽을 때 알레고리 해석이 되고, 비유적으로 읽을 것을 문자적으로 읽을 때 문자주의의 덫에 걸리게 된다. 좋은 설교자는 좋은 해석자이다. 그러므로 좋은 설교자는 문자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를 구분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꼼꼼하게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읽을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