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경 박사의 『사회적 삼위일체와 십자가 신학』
삼위일체적 교제 있는 교회
성별-인종 등에 관계 없이
자기를 내주는 사랑-우정
예수의 십자가 사건은 기독교 역사의 최대 스캔들 중 하나이다. 십자가 사건은 과연 고통과 죽음만을 의미하는가? 일부 여성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예수 홀로 정치적 희생자로 죽임을 당한 것일까? 아니면 루터의 형벌 대속설이 주장하는 죄에 대한 보상으로 하나님이 요구하신 예수의 죽음으로 해석되는 것이 옳은가?
한혜경 박사는 저서 사회적 삼위일체와 십자가 신학 에서 십자가에 대한 재해석으로 몰트만의 십자가 이해, 곧 십자가는 모든 인간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능동적인 참여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십자가 신학은 사랑과 구원을 실현시킨 부활의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하나님 자신이 십자가에서 수난을 당하고 죽음을 당한 것처럼 이해하는 성부 수난설과 달리, 십자가 사건을 삼위일체적 사건으로 보며,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이 버림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그들을 사랑하고 회복시키는 부활 사건으로 이해함으로써 십자가 사건이 곧 구원의 사건임을 보여준다.
한 박사는 삼위일체라는 신비하고 어려운 용어를 몰트만의 사회적 삼위일체로 소개함으로써 하나님의 본질을 관계성, 상호성, 다양성 안의 화합과 일치로 풀어낸다.
또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는 분리된 객체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동시에 상호 협력적으로 교제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며 그런 관점에서 몰트만과 같이 십자가 신학은 하나님과 세상이 서로 열린 교제를 통해 회복과 부활이 실현되는 사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삼위일체와 십자가 신학』은 저자인 한혜경 박사의 캐나다 이민 1.5세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캐나다 한인교회를 다니는 와중에 이민 2세대들이 적절한 신앙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며 이민 1세대와 2세대를 잇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신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 박사는 2004년 제98년차 총회에서 여성 안수가 통과된 이후 2007년 미주성결교회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여성 안수를 통해 목사 안수를 받았다.
지난 3월 11일 한국을 방문한 한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민 1.5세로서 이민 1세와 2세와 한국 문화권과 서양 문화권을 잇는 비전을 품고 세대 간 장벽을 허무는 일을 해왔다”며 “분명한 것은 이민 1세대가 기독교 신앙에 대해 묻는 것과 오늘날 다음세대가 질문하는 것은 다르다. 신학은 언제나 현재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그런 질문들에 적절한 대답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삼위일체와 십자가 신학 은 한 박사가 2015년에 출간한 자유롭게 하는 십자가(The Liberative Corss) 를 번역한 책으로, 2022년 봄학기 서울신학대학원에서 몰트만의 ‘영성과 신학’을 강의하며 접한 한국의 상황들도 반영돼 있다. 점차 다문화사회로 변모해 가는 한국 사회 역시 북미 사회에서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겪는 갈등과 어려움이 유사한 방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 박사는 “지구상에서 성, 민족, 인종과 관계 없이 서로 의존하고, 서로 돕고, 서로에게 유익한 관계적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며 추구하는 삶으로 인도하는 십자가 신학의 회복이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한 예언적 부르심이라 할 수 있다”며 “사회적 삼위일체적 교제를 반영하는 교회는 교회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성별, 인종, 나이와 관계 없이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과 우정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십자가 신학을 통해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며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교회에 원동력이 될 만한 가르침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한혜경 박사는 Knox College, University of Toronto에서 신학 박사(Th.D.)를 마치고 현재 Knox College 겸임 교수로 활동하며 남편 허천회 목사와 함께 토론토말씀의교회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토론토말씀의교회에서 영어권 총괄 지도 목사로 섬기고 있다. <CLC/320쪽/1만8,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