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의 역발상’ 
우리가본교회(김일환 전도사)


05학번 ‘철저한 무명’ 김일환 전도사
 부친 병환으로 생계 위해 5년 휴학
 오랜 부교역자 끝에 2019년 개척
“시린 시간 속 은혜 확인” 내달 안수  

교단 목회자 소개하고 출판도
류승동-백운주-이신사 목사 등 대담집
올해는 순교 임광호 전도사 평전 계획 
“귀한 자산 젊은 개척자에 많은 지원을”

서울남지방 우리가본교회 김일환 전도사는 무명(無名)의 사람이었다. 하나님은 신학대에 가면 사역자가 되는 줄도 몰랐고, 신학대는 서울신학대학교밖에 없는 줄 알았던 한 청년을 일반적인 방향이 아닌 사뭇 다른 길로 인도했다. 

하나님을 너무 좋아해, 그분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2005년 서울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 신학대에 입학한 그해,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병환으로 생계를 도맡아야 했다. 어떻게든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학창 시절 유도선수로 활동했던 터라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일을 하며 5년을 휴학했다. 당시만 해도 복학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인고의 시간이었지만 하나님은 그를 기어코 목회자의 길로 이끄셨다. 전도사로 사역한 햇수만 13년, 그 무명의 기간 동안,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을 때 따라오는 탁월함과 고난과 훈련을 통해 얻게 되는 겸손함을 배우게 했다. 그가 쓴 책『무명』의 한 구절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자신의 존재적 체중을 온전히 싣는 시간이었다.

김일환 전도사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다기보다 상황과 환경이 오랜 전도사 사역을 하게했다. 어느 순간 앞서가는 이들이 있다면 저처럼 뒤서가는 사람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1등이 되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뒤에서 묵직하게 걸어가는 사람, 이런 속도로 가도 괜찮다고 보여주는 사람이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도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무명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그는 사명의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 중이다. 군산과 서울 등지를 오가며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단단함을 갖춰갔다. 2019년 1월 13일, 교회 개척은 필연으로 다가왔지만 마주한 건 숱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임대차계약을 맺을 형편이 되지 않아 교회 설립까지도 3년이 걸렸다. 더군다나 개척 이후 맞닥뜨린 코로나19 팬데믹은 막다른 벽인 것만 같았다. 당시 우리가본교회의 고군분투는 본지 1323호 ‘제4회 목회수기’에 잘 드러나 있다. 

4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2024년 1월 기준으로 40~50여명의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지금은 어린이부서 예배도 준비 중이다. 5년여의 세월은 김일환 전도사와 성도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의 가능성에 기대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교회 출석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2022년에는 62명, 2023년에는 48명이 교회를 방문했다.

이런 부흥의 바탕에는 교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낭비, 질서, 환대, 미학’이 있다. 우리가본교회에는 특별한 ‘낭비벽’이 있는데, 교회의 식탁교제 ‘맛.없.집’에서 잘 드러난다. 주일 간식이나 식사로 성도들이 돌아가며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가장 ‘맛이 없는 집(식당)’에서 함께 나눌 음식을 과할 정도로 많이 사온다. 재정은 교회가 제공한다. 

성도들을 섬기는 리더를 세우는 기준도 엄격하다. 우리가본교회는 매년 모든 성도가 참여하는 4주간의 제자훈련을 실시하고, 한 해 동안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단 한 명만을 리더로 세운다. 그래서 개척 5년 차인 우리가본교회에는 5명의 리더가 교회를 섬기고 있다.

  교회 봉사는 리더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성도들도 열의를 가지고 제자훈련에 참여한다. 우리가본교회만의 ‘질서’다. 고생스러운 과정을 거친 만큼 ‘리더들이 특권의식을 가질 수도 있지 않나’라는 다소 무례할 수 있는 기자의 질문에도 김일환 전도사는 “특권이라면 교회와 지체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다는 거다. 부작용이라고 할만한 일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공동체에 아픔이 생길 때는 김 전도사가 2~3개월 동안 사례를 받지 않지 않는 등 스스로를 근신에 처한다.

‘미학’의 의미는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본교회의 공동체성을 두고 김일환 전도사는 미학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성도들이 서로의 어려움과 고통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0년 6월부터 8월 사이에 지금의 예배당을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도 김일환 전도사와 함께 초기 멤버 4명이 2달 동안 공사 현장에 나가 기술까지 배워가며 공사를 했다. 이후 최근까지 때마다 배수, 방수, 방열공사 등만 11차례, 모두 김 전도사와 성도들이 감당했다. 

2022년부터 시작한 ‘공유교회’ 사역은 우리가본교회의 핵심 가치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본교회 주일예배 시작은 오후 3시다. 영적인 안식은 물론, 육체의 쉼을 누리고 가족과 함께 점심 식사까지 누리고 여유를 가지고 교회에 오라는 배려의 일환이다. 

덕분에 교회를 개척하거나 개척은 했지만, 아직 예배당을 마련하지 못한 목회자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개방할 수 있었다. 교회 사역의 황금시간대라 할 수 있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를 교단 구분 없이 공유교회에 선정된 교회에 제공하고 있다. 공간뿐만 아니라 우리가본교회의 철학도 공유한다. 최근에는 4기 모집을 마쳤다. 개척 초기 1년 동안 예배 처소를 다섯 곳이나 옮겨야 했던 김일환 전도사도 그 서러움을 익히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몰기도’(매일 저녁 10시 기도), ‘놀기도’(놀기도 하고, 기도도 한다)를 통해 기도와 교제에 힘쓰고, ‘예수 살롱’(금요예배) 특송 시간에는 성도들의 삶을 바탕으로 직접 곡을 만들어 발표한다. 크게 사고를 당했던 성도를 생각하며 만든 찬양을 시작으로 김일환 전도사의 딸 미소가 늦게 귀가하는 아빠를 생각하며 만든 찬양, 한 성도의 신앙고백으로 만들어진 찬양이 있다.

김일환 전도사는 혼자 , 무명 , 관계  등의 책을 펴낸 저자이자 교회 사역 외에도 ‘우리가본책’ 출판사를 통해 성결교단의 목회자들을 한국교회에 소개하는 일에도 진력하고 있다. 목회자로서 그의 관심사가 그대로 투영된 목회전서 에서는 개척(안민호 목사), 설교(임채영 목사), 심방(서종표 목사)을 주제로 한 대담을 수록했다. 또 목회철학』에선 백운주 목사(증가교회), 목사가 힘듦을 이겨낼 때 에선 류승동 목사(인후동교회)와의 대담을 통해 목회에 대한 통찰을 담아냈다. 

가장 최근에 펴낸 교회가 도시를 사로잡을 때는 교회가 위치한 삼학동을 섬기는 남군산교회(이신사 목사)의 활발하고도 다양한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벌써 2024년 출판 일정을 확정한 우리가본책 출판사는 올해에는 전주지방 하리교회 설립자이자 6.25전쟁 당시 순교한 임광호 전도사의 평전을 펴낼 예정이다. 

교회 개척 필패의 시대 믿음으로 담대한 도전에 나서고 있는 젊은 목회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요청했다. 

김일환 전도사는 “30대 교회 개척자들은 교단 차원에서도 굉장히 귀한 자산이다. 현실적인 부분이 어렵다고는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어디에 가도 사람 문제, 돈 문제, 환경 문제, 인프라 문제, 다 쉽지 않다”며 “개척한 입장에서 느꼈던 바대로 이야기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교단과 선배님들이 젊은 개척자들의 손을 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척 5년 차에 접어든 김일환 전도사. 올해 4월에 목사 안수를 받는다. 2022년 제4회 목회 수기 우수상을 수상한 김 전도사는 당선 소감에서 “시린 시간일수록 더욱 시퍼렇게 살아계신 그분의 ‘은혜’를 확신했다”며 “복잡한 세상 속에서 아주 단순한 얼굴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목사 안수를 앞둔 지금도 2년 전과 변함 없이 앞으로도 앞서감이 아닌 ‘뒤서감의 목회’를 추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일환 전도사는 “뒤를 돌아보았을 때 저런 교회가 있다, 저렇게 걸어가는 교회가 있다고 기억되고 싶다. ‘나 혼자만 압도적인 1등이 되어야지’, ‘내가 더 잘 나가야지’가 아니라 뒤서감이라는 말 그대로 우리가본교회가 좋은 모델, 하나의 교과서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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