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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선을 바라보는 한 복음주의자의 시선
[866호] 2012년 08월 29일 (수) 21:34:34 배덕만 교수(주사랑교회) webmaster@kehcnews.co.kr

이제 올림픽이 끝났으니, 대선을 향한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겠군요. 이 나라는 제18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열풍에 휩싸일 것입니다. 현재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쟁쟁한 후보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보가 더 빠르고 치열해지겠네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어떤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가 기독교인이란 이유로, 더욱이 경제전문가란 이유 때문에 거의 몰표를 던졌던 한국교회로서는 지난 4년의 세월을 냉철히 반성하며, 선택이 정당했는지를 살펴야합니다.

이제, 이 땅에서 기독교는 더 이상 주변종교나 외국종교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교회는 대통령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정도로 막강한 정치적 힘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결코 하찮은 질문이 아닙니다. 저는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선거에 임할 때, 영향을 끼치는 최소한 세 가지의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한국 근대사와 관련된 한국교회의 독특한 이념적 정체성입니다. 해방 이전 한국교회의 70% 이상이 북한의 서북지역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방과정에서 김일성 정권의 지배하에 놓인 북한교회는 토지개혁 및 정치적 갈등의 결과, 북한에서 탄압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이후 신앙 및 정치적 자유를 찾아 대거 월남했습니다.

그 결과, 남한기독교는 반공과 친미를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으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냉전기 동안 남한사회의 핵심적 이념이었고, 남한교회도 이 부분에서 절대적  지지를 유지해 왔습니다. 어떤 면에서 남한의 복음주의 교회들은 기독교란 정체성보다 반공이란 정치적 정체성에 더 큰 영향을 받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둘째, 한국교회는 복음주의라는 신앙적 정체성을 강력하게 유지해 왔습니다. 한국형 복음주의는 사회참여보다 복음전도에, 사회윤리보다 개인윤리에 방점을 두어 왔습니다. 이것은 오랜 정전상태 속에서 군사독재를 통과하며, 교회와 교인들 의식 속에 농밀하게 내재화되었습니다. 복음전도에 대한 복음주의의 강조점이 한국의 특수한 정치군사적 상황 속에 더욱 강조되면서 토착화된 것입니다.

분단이란 틀이 존재하지 않는 영국과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사회참여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한국교회가 철저하게 내적·영적 차원으로 복음의 영역을 제한해왔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아무튼, 한국교회는 종교의 영역을 개인적 차원에 한정하고, 교회의 관심을 영적 문제에 집중하는 전통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셋째, 한국교회는 자본에 대해 모순된 태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물질에 대한 성경의 부정적 입장과 플라톤의 이원론적 철학의 영향 하에, 돈과 자본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견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경이적인 경제성장과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면서, 한국교회의 물질관이 변했습니다.

돈을 악의 뿌리로 규정하던 교회 내에 “청부론” “고지론” “축복” 등의 구호가 수용되었고, 어느덧 교회는 자본주의의 강력한 옹호자로 자리매김을 한 것입니다. 이제 물질은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쟁취의 대상으로 변모했습니다. 교회성장과 대형교회로 대변되는 번영신학은 이제 한국교회의 주류신학으로 등극했습니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정치와 경제를 이해하는 관점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교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낸 이유는 근본적으로 이런 반공, 개인윤리, 자본에 대한 한국교회의 “집단적 무의식”이 강력한 영향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형국에서, 그리고 기독교의 위치가 흔들리는 정황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훌륭한 대안으로 부상했던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 특히 복음주의 교회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반공과 친미, 개인윤리와 친자본주의에 친화성을 갖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필연적이며 자연스러운 결과였지만, “과연 그런 관점과 태도가 성경적으로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합니다. 복음주의의 핵심은 “성경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입니다.

반공의 눈으로 성경을 읽고, 자본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눈으로 반공, 친미, 자본을 비판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철저한 반공주의자, 유능한 자본주의자, 도덕적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성경을 “주야로 묵상하고,” 그 가르침을 “지켜 행하는 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명해집니다. 그 후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성경적 가치를 용감하고 지혜롭게 실현할 수 있는 믿음과 지혜, 그리고 실천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정치경력 속에서, 성경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법안을 만들고, 어떤 자리에서 투쟁했으며, 누구와 함께 분투했는지를 조사해야 합니다. 그들이 내세운 구호와 공약들이 얼마나 성경적 진리에 일치하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죄인들의 치열하고 거친 역사 속에 우연적으로 발생한 이념과 체험이 하나님의 영원한 진리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하나님의 교회를 미혹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지혜롭고 당차게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은 세속의 이념으로 성경을 읽지 않고, 오히려 성경의 눈으로 세속의 이념을 비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스펙이 화려한 사람이 아니라, 성경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겸비한 사람입니다. 복음주의자들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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