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목사 “청년들이 기획력 발휘할 기회 제공 필요”
김동환 목사 “새로운 세대, 녹슨 공간에선 함께 하지 않아”

지난 2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이제에서 ‘청년이 떠나는 교회, 미래가 있을까?’를 주제로 열린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제1차 에큐포럼.
지난 2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이제에서 ‘청년이 떠나는 교회, 미래가 있을까?’를 주제로 열린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제1차 에큐포럼.

한국교회의 미래인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청년들을 둘러싼 사회경제적인 상황 역시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들을 이해하면서도 이들을 위한 새로운 청년사역의 모델은 없을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목사)은 지난 2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이제에서 ‘청년이 떠나는 교회, 미래가 있을까?’를 주제로 제1차 에큐포럼을 개최했다.

‘젊은이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제한 김종구 목사(세신교회)는 MZ세대를 지나 Z세대(1990년 후반~2010년 초반)와 A(알파, 2010년대~)세대의 합성인 ‘잘파세대’로 넘어왔다며, 이들이 가장 개인화되어 있으면서도 탈신앙화하려는 경향이 짙고, 진정한 멘토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을 방안 중에 하나로 한국교회의 비민주성과 권위주의 극복을 제시했다. 한국 기독교 선교 초기와 민주화 시기 교회가 한국 사회를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교회가 가장 민주화된 제도와 선진적인 의식을 가진 공동체였기 때문이었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가장 낙후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 사회에서도 2030세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주니어 직원 위원회를 만들고 대표이사가 이들을 직접 미팅하며 동등한 관계로 존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청년들을 피교육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그저 교회에 필요한 일꾼으로만 소비하고 있다. 젊은이에 대한 권위주의적인 시선을 거두는 것부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앤컴리서치가 2023년에 발표한 ‘기독 청년의 사회인식 조사’에서 교회 청년이 가장 많이 꼽은 한국교회 개선 사항 1, 2위로 조사된 ‘예배와 영성의 회복’, 2위는 ‘정의 봉사 등의 사회적 책임’도 적극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김 목사는 “최근 많은 교회에서 온세대통합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젊은이들이 허리 역할을 하면서 기획력을 발휘해 실질적인 지도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친교와 소그룹은 세대별로, 예배는 젊은이 주도로 세대를 통합하는 역할을 맡기면 그들이 교회에 주도적인 그룹으로 정착하게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김동환 목사(길섶교회)는 교회가 신앙과 삶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로써의 역할과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교회가 청년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교회가 미래적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교회는 재구성의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녹슬었다. 새로운 세대는 녹슨 공간에 함께 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현재 교회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한 근원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과학이나 역사학, 고고학, 문학, 윤리학 등을 대학에서 교양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청년들은 ‘세상이냐, 교회냐’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며 청년들을 교회 안에 가두어 세상에 적응할 수 없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가 추구해야 할 예배와 기도의 언어는 “차별적이지 않고, 특정 사회정치 이슈에만 집중하지 않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언어”라며 “특정 기도 방식을 개인에게 강요해서도 안되며, 한국교회 전통의 새벽기도처럼 집단적인 기도 행동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끼리의 대화와 동의가 전제된 예배와 기도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커뮤니티와 공동체의 특징을 모두 가지는 교회는 신성에 대한 감각으로 에너지가 생겨난 개인들이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나와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고, 사회구조의 문제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자율적으로 정하고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한다”며 “신앙의 열정을 존중하고, 실험적 실천들의 실패가능성을 허용해 줄 때, 청년들은 교회가 안전하면서도 창조적인 영성의 공간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논찬자로 나선 하성웅 목사(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는 청년사역 활동가의 입장에서 청년들의 삶을 고려한 구체성을 띤 메시지와 다양한 사역이 나와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하 목사는 “한국교회가 힘을 빼야 한다.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방적인 교회공동체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양한 관심사와 삶의 정황 속에서 각각의 삶이 연루되고 관심사가 반영되는 교회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와 가치들을 지닌 교회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했다.

30대 여성 청년 당사자이자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사역자로서 강세희 전도사(한백교회)는 청년들이 욕망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분열적인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도사는 “‘청년’에 대한 세대주의적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질 경우, 교회 안에서 청년들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으로써 무엇이 ‘청년’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을 선취하고 확립해 ‘대상화’된 청년들을 만족시키려는 접근으로 이어진다”며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청년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이질성과 차이들이 관계 맺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안전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상호적, 공동체적으로 수용되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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