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처치’로 온·오프라인 소속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교회론’ 정립 필요

지난 2월 22일 서초교회에서 열린 『기술신학』 출간 기념 컨퍼런스에서 손화철 교수(한동대)가 발제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서초교회에서 열린 『기술신학』 출간 기념 컨퍼런스에서 손화철 교수(한동대)가 발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지나 챗GPT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기술에 대한 성경적 이해와 올바른 사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유튜브 라이브로 예배를 드리는 일도 더 이상 어색해하지 않는다. 변화무쌍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 중인 ‘기술’에 ‘신학’은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최근 출간된 『기술신학』은 인간과 더불어 삶을 만들어나가는 동반자가 된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성찰이 담겼다. 지난 2월 22일 서초교회에서 열린 『기술신학』 출간 기념 컨퍼런스에서는 책의 주요 저자 김승환 교수(장신대), 박일준 교수(원광대), 손화철 교수(한동대)가 기술신학의 핵심적인 이슈인 ‘디지털 교회와 온라인 교회에 관한 연구’, ‘연장능력(extendibility)으로서 기술과 인간의 재해석’, ‘첨단기술과 한국교회: 메타버스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승환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종교의 변화 중에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 공간도 하나의 ‘거룩한 공간’이라는 이해의 확장”이라며 “가상의 공간에서 실천되는 예배, 기도, 묵상, 교제, 전도 등의 여러 종교 행위는 온라인 성소를 거치면서 ‘디지털 종교’라는 새로운 종교의 탄생을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인 교회의 체계를 위협하기만 할까. 김 교수는 “온라인 교회의 등장이 곧 전통적인 오프라인 교회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하는 ‘하이브리드 처치’를 통해 “성도들은 하나의 종교 공동체에 소속되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참여와 소통을 통한 다중적 소속감을 지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스마트 기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다음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교회론에 대한 보수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로는 포트스 코로나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전환되는 지금, 교회론에서 ‘함께 모임’의 의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별이 아닌 시공간적 의미를 넘어서는 초연결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이분법적인 대척점이 아니다. 온라인의 보완으로서 오프라인이, 오프라인의 재현으로서 온라인이 상호적인 관계를 맺어갈 때 우리는 더 본질적인 교회를 세워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대교회의 카타콤, 중세 시대 예배당 건축,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비롯한 여러 종교개혁 문서의 전파를 가능하게 했던 활판 인쇄술 등은 당대의 최신 기술로 교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회의 부흥과 복음 전파에 활용했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도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주체나 소비자는 아니었지만, 당시 조선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첨단의 서양 기술을 유입시키는 통로 역할을 감당했다. 한국교회가 교육, 의료 등의 분야에서 근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손화철 교수는 “한국교회는 기술에 관한 한 소위 얼리어답터다. 적어도 IMF 사태를 맞이한 1997년 어간까지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트렌드를 이끄는 중요한 축이었다”고 평가했지만, 지난 2021년 즈음부터 메타버스에 열광했던 한국교회의 반응을 언급하며 “한국교회의 경우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작 기술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기술과 담을 쌓을 필요도 없지만, 새로운 기술을 담담히 관찰하는 약간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바람직한 기술과의 공생을 추구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하나님 나라다. 성경이 제시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 첨단기술사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세속화를 그렇게 걱정하면서 첨단기술의 도입에는 아무런 부담임 없는 한국교회의 불균형한 모습은 시정되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성급한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시대를 분별하고 그 안에서 성도다운 삶을 추구하는 원칙적인 지혜로 돌아가는 용기”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술신학』 출간 기념 컨퍼런스는 인간기술공용네트워크(Human-Technology-Symbiosis Network, HTSN)와 문학신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HTSN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기술과 과학의 발전이 ‘인류와 생태 문명의 공생’을 지향하도록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과 미래 교회의 지속적 발전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신학·기술공학·생태학·물리학·생명공학·철학·윤리학·교육학 등 연구자들이 모인 단체다.

국내외 학술행사와 대중강연을 개최하고 있으며 『생태 사물 신학: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생태신학』, 『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 『캐서린 켈러의 생태정치신학』 등을 출간했다. 『기술·신학·윤리』, 『기술목회 개론서』 등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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