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방송국 ‘아침 마당’이라는 프로에서 가족 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이야기를 수집한다고 했다. 그리고 방송에 출연할 때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해 줄 것을 약속했다. 이름을 가명으로 하고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하겠다고 했다.

가족 간의 갈등의 대표적인 예로 고부간의 갈등과 또 처가 식구인 장인, 장모와 사위의 갈등에 대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가장 평화롭고 즐겁고 행복해야 할 가정이 현실적으로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서 평화를 누리지 못하거나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론이 나서서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일에 일조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세상에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일원이 된 신자의 생활은 어떠한가? 천국의 지점이라고 하는 교회 안에서도 세상 다른 곳과 다름이 없이 갈등이 있음을 발견한다. 어떤 때는 교회 안에 있는 갈등이 그 도를 넘어 세상보다 오히려 더 심해서 세상의 비난과 지탄을 받는 것을 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개의 교회들이 크고 작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 그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완전하지만 그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 인간적인 약점으로 인하여 많은 갈등을 야기한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가장 주된 원인은 교회 구성원이 자신의 직무와 역할을 오해하기 때문이다. 주로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담임목사와 당회의 구성원인 장로와의 갈등과 직원회의 구성원인 권사와 안수집사, 그리고 집사와의 갈등이다. 사실 교회에서 직분을 갖지 않는 교인들 간에 일어나는 갈등은 교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소위 교회 안에서 권력을 쥐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갈등이 교회 안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영향을 미친다.

목사는 목사가 교회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장로나 유력한 평신도는 ‘목사는 우리가 고용한 일꾼이어서 언제든지 교회를 떠날 수 있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남아 교회를 지킬 사람이기 때문에 교회는 우리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이끌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이것을 섬기는 방법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누가 교회의 주인이 되느냐 하는 로드십(Lordship)의 문제다.

성경은 분명히 교회의 주인은 그리스도라고 말씀한다. 그리고 교회 안의 모든 구성원은 주를 섬기고 교회를 섬기는 사역자일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교회를 섬기기 위해 세워진 사역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떠나 교회의 주인 노릇을 하는 데서 갈등이 일어나고 문제가 발생한다. 교회 안에 일어나는 갈등의 대부분은 교회의 주권을 그리스도께 돌려 드리면 자연히 해소가 되고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본질을 잃어버리고 비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할 때에 일어난다. 교회 안에 있는 갈등은 이권문제나 자존심 싸움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교회가 겨우 조직을 유지하는 영세성을 벗어나서 점점 성장해 갈수록 유무형의 이권이 생기게 마련이다. 교회 안에 있는 권력과 이권의 파이 조각을 누가 더 많이 갖고 누가 더 큰 것을 갖느냐는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된다. 이것이 확대되면 개인뿐 아니라 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그리스도께 봉사하기보다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그룹에 봉사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하나가 되어야 할 교회와 교단이 갈등과 분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교회 내의 자존심 싸움도 결국 이권 다툼의 다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누군데 나를 어떻게 보고 이럴 수 있느냐’는 생각이 불씨가 되어 본질은 제쳐두고 비본질적인 것에 얽매여 갈등을 일으키고 다투게 된다. 또 제시된 일이 교회로 볼 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내 개인이 그것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반대를 하는 경우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이 모두는 교회의 목적과 그리고 일꾼을 세운 목적을 생각하면 해소되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미련하게도 본질은 뒷전에 두고 비본질적인 요소인 눈앞에 있는 이익과 감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을 겪게 된다.

10여 년 전에 총회가 주관이 되어 전국 교역자 수련회에 간증을 했던 한 장로님은 어느 회사의 회장이며 모 교회의 장로이기도 했다. 그분의 말씀 중 “당회를 할 때 어떤 안건으로 의견이 분분해서 시간을 끌 때면 ‘예수 믿는데 지장이 없으면 그냥 가자’고 말해서 안건을 처리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본질을 먼저 생각하고 지엽적이고 비본질적인 문제 때문에 당회나 교회가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갈등과 문제 앞에서 우리가 늘 우리 자신을 향해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누구를 위한 것인가?’ 또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교회의 주인이 주님임을 고백하고 우리는 단지 종일뿐이라는 인식에서 우리의 충성과 헌신이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님과 주님의 교회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본질이 무엇인지를 밝혀 본질에 봉사하고 비본질적인 것이나 지엽적인 것에 얽매여 주의 교회와 주의 일을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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