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젠더 이데올로기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구실로 성경적 성 가치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죄라 하는 이들에게 징벌을 내리거나 피해를 입히는 데까지 이르려 한다는 점이다. 서구 기독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리고 한국교회도 최근 들어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의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혼란과 갈등에 대해 성경적 기준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교단들이, 그 혼란과 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행태를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

지난 연말에는 가톨릭의 바티칸 신앙교리성이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을 내고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4억명에 달하는 신도 수에다가 강한 중앙집권적 구조를 갖고 있는 가톨릭의 이 같은 발표는 당연히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바티칸 측은 2021년 “하느님은 죄를 축복할 수 없으시기 때문에, 두 남자 혹은 두 여자의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고 했으나, 이번에 이를 뒤집었다. 바티칸 측은 이에 대해 “동성 결합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남성과 여성 간 결혼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는 변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미 한 번 타협하고 물러선 이들이 또다시 시류와 상황에 떠밀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에 앞서 영국성공회도 지난 연말 총회에서 ‘(동성애자들을 위한) 사랑과 신앙의 기도’와 동성 커플을 위한 독립적인 축복식 도입을 장려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영국감리교회의 경우 최근 ‘남편’이나 ‘아내’ 등 성별에 따른 용어를 피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포용적인 언어 지침’을 펴냈다. 이 밖에도 미국 연합감리교(UMC), 미국장로교(PCUSA),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등 주류 교단들이 동성애 문제로 분열적 갈등과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은 결코 한국교회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전 세계적인 소위 성혁명의 물결은 한국 사회에서도 퀴어 행사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일부 교계 지도자들과 신학자들도 부화뇌동하고 있다.

이 위기의 때에,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교단들은 성경의 진리 위에 바르게 서서, 악한 세력의 궤계와 도전을 물리쳐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사랑의 하나님이시지만 또한 죄를 미워하시는 분이시다(시 5:4-6). 예수께서도 간음한 여인을 정죄하지 않는다시면서도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 8:11) 하셨다. 죄인을 용서하셨지만, 그렇다고 죄를 죄가 아니라 하시진 않은 것이다. 동성애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그들을 죄적 현실 가운데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해 그 죄적 현실에서 돌이키게 하는 것이다. 교회는 현실과 환경에 타협하지 않고, 성경의 진리를 확고하게 고수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믿는 공동체이고, 동성애에 대해서는 성경에 여러 차례에 걸쳐 매우 분명하게 죄악임이 기록돼 있다. 이런저런 궤변을 들이대며 동성애를 정당화하는 이들의 비위를 맞추고자 비진리·반진리와 타협하는 것은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또한 우리는 이 일을 계기로 ‘오직 성경’이라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새기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전통과 제도와 가르침도, 절대로 하나님의 말씀보다 앞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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