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트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하나님이 시작하신 성탄 선물
그 선물 중 최고는 바로 예수님
성탄은 낮은 곳을 향하는 날이며
예수님 아니면 성탄은 의미 없어

1907년 5월에 창립된 성결교회는 백열여섯 번째 성탄절을 맞이합니다. 저는 모교회 중앙교회에서 20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습니다. 117년 전의 크리스마스는 지금과 무척 달랐을 것입니다. 아마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겠지요.

제가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비록 신자는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렸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원래 그리스도와의 만남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는 X-mas로 바꾸고 나름대로 X와 만났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에게는 그 X가 선물이었던 셈입니다. 평소에 도시에 가서 사업을 하신다고 다니시던 아버지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서울 화신백화점에서 예쁜 필통, 연필, 그리고 맛있는 모찌떡을 사서 오셨습니다. 아버지가 오셔서 좋았고, 선물을 받게 되어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우리 시골에는 교회와 성당이 하나씩 있었는데,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두 곳 모두 들려서 선물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사탕 몇 개를 주었지만 그래도 신이 났습니다. 교회당 안에서 성극을 하는 것 같았지만 성당에도 들려야 하기 때문에 그냥 교회 밖에서 선물만 달라고 졸라 받은 다음 성당으로 바삐 향했습니다. 나는 왜 성탄절에 선물을 주는지 몰랐지만 선물을 주는 날이라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냥 좋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부터는 과자 받으러 교회에 가는 것이 창피하여 더 이상 가지 않았지만 집에서는 양말을 문고리에 걸어놓고 산타할아버지가 가져다준다는 선물을 받곤 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도시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미션 스쿨에 가게 되고, 예수님을 믿은 다음에는 크리스마스를 재미있게 보내면서도 바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 톱밥 난로를 피워놓고 남녀학생들이 어울려 성극 준비며 찬양 준비를 하고 튀김과 떡볶이를 먹으려 골목길을 다니던 생각이 납니다. 선물교환도 하고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새벽이 되면 교우들 집을 찾아다니며 새벽송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추웠는지, 새벽에 발을 동동 구르며 집집마다 다녔는데, 기다리다가 반갑게 나와 맞아주시는 성도님들, 따뜻한 차와 과일을 대접해 주시면서 마치 예수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를 부르던 모습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하얀 눈처럼 축복을 소복소복 쌓아 주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군목이 되어 전방에 근무할 때, 북한 군인들도 볼 수 있는 독수리 오피에 성탄절 트리를 점등하여 불을 밝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때는 민간 교회 성도들과 찬양대가 귤이며 떡 같은 것을 준비하여 오셨는데 집 떠나 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병사들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되었습니다. 생강차를 후후 물어가며 마시면서 고향 부모 형제를 생각하면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습니다. 그때 서로 눈시울이 붉어져서 눈물을 머금고 어리고 순진한 영혼들이 되어 주의 품에 안기었습니다.

제가 미국 유학 생활 중 미국교회에서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교우들이 크리스마스 컬러 스웨터를 입고 성탄절 파티에 모였는데, 우리 가족도 초대를 받았습니다. 행사장에 들어서는데, 대형 성탄 트리가 입구 쪽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트리에 수표며 지폐를 실에 감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습니다. 제일 꼭대기에는 천사가 불을 밝히고 있었고 트리 아래에는 여러 가지 선물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악보로 만든 성탄 트리, 리본으로 만든 성탄 트리, 구술로 장식한 성탄트리… 갖가지 성탄 트리를 다양하게 만들어 놓지만 당시 돈 트리(money tree)는 처음 보았습니다. 한참 파티를 진행하더니 마지막에 그해의 인물을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저의 가족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는 알아듣지도 못하고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순간 1,000여 명의 미국 교우들이 일제히 기립하여 저희 가족을 향하여 박수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얼떨결에 앞으로 인도되어 나갔는데, 사회자는 제가 그 미국교회에 오게 되어 외국인을 위한 예배가 시작되어 자신들에게 얼마나 축복이 되는지 모른다고 설명하더니, 저를 그 돈 트리 앞으로 데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트리가 저의 것이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아래 놓인 그 많은 선물과 함께. 그때 받은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누구이기에 이 이국땅에서 저들의 사랑을 이렇게 받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돈은 어려운 유학 생활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트리를 자동차에 싣고 집으로 옮겨와서, 밤새 저는 돈을 따고 아내는 다리미질했는데, 돈 따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 돈은 다 쓰고 지금은 달랑 천사 인형만 남아 그때를 기억하게 해 주지만 그들의 사랑은 33년이 지난 제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 이듬해 맞은 크리스마스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조그만 아파트에 트리를 꾸며놓고 아이들의 선물을 포장하여 하나씩 트리 밑에 놓았습니다. 어려운 유학 생활이지만 아이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던 것을 잘 포장하여 나무 아래 놓았는데, 아이들은 무슨 선물일까 궁금해하며 크리스마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참 힘이 드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만 나면 트리 밑 선물 박스를 흔들어대며 무엇이 들었을까 추측을 하곤 했습니다. 결국 성탄절 예배를 드리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은 트리 밑으로 달려가 선물을 개봉하였습니다. 하나씩 선물을 열면서 환호하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큰 선물이었습니다. 

선물을 다 나누고 서재에 들어가 책을 보려니까 보형이가 저를 불렀습니다. ‘아빠, 빨리 나와 보세요. 아빠한테도 선물이 있단 말이에요.’ 아이들이 무슨 선물을 준비했을까? 의아하게 생각하고 거실로 나와 보니 그때 4살이었던 보형이가 트리 밑에 누워 “아빠, 내가 아빠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방금 선물 박스에서 떼어낸 리본(보우)을 자기 가슴에 붙이고 자신을 한 손으로 가리키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감동이 되어 리본을 떼어내고 보형이를 안아주었습니다. “고맙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가장 귀한 선물을 아빠가 받는구나!” 이것이 보형이가 나에게 준 첫 번째 보이는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해마다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되어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크리스마스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아쉽게도 그 선물을 못 받았습니다.

2003년 시카고 위네카에서 맞은 성탄절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해 겨울방학이 교수로서 마지막 방학이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 해는 결혼 20주년을 맞이하는 때라 가족과 함께 뮤지컬도 보고, 아내와 모처럼 멕시코 칸쿤으로 여행을 떠나 따뜻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냈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자 중앙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저를 청빙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너무나 뜻밖이었고, 감당할 자신도 없어서, 고사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교회의 권유로 2004년 3월에 중앙교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이끄심에 아무 준비도 없이 몸을 맡기고 이곳에 와서 20번째 성탄절을 맞이하였습니다. 교수에서 목회자로 역할이 바뀌면서 미숙한 점도 많이 있었고 내려놓아야 할 것도 많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일생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하나씩 느끼면서 삶의 깊이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 창립 100주년, 110주년, 그리고 교단 총회장을 맡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성탄에 불을 밝히지만 참 빛이 무엇인지를 모릅니다. 우리는 성탄에 트리를 만들지만 그 나무가 무엇인지를 모릅니다. 우리는 성탄에 기뻐하지만 왜 기뻐해야 하는 지 기쁨의 이유를 잃었습니다. 

우리는 성탄에 서로 선물을 주고받지만 선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성탄에 많은 노래를 부르고 듣지만 노래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성탄에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돌보지만 그 사랑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릅니다.

아기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를 돕고, 우리를 치유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는 돕는 분이며, 해방자시며, 구원자이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값없이, 은총으로, 우리의 업적이나 우리의 행위와 상관없이, 우리를 구원하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단지 손을 펴서 그의 선물을 감사함으로 받으면 됩니다.

예수님만이 참 빛이십니다. 

성탄 트리는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예수님만이 모든 기쁨의 근원입니다.

성탄 선물은 하나님이 시작하셨으며 예수님이 최고의 선물입니다. 우리의 찬양과 경배는 예수님께 돌려져야 합니다. 크리스마스는 낮은 곳을 향하는 날이며 예수님을 만나는 날입니다. 

예수님이 아니면 크리스마스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백열일곱 번째 맞이한다 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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