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 길을 나르는 봉은 가시나무에 깃들이지 않으며 구연의 용은 얕은 물에 놀지 않나니 봉이 가시나무에 깃들면 매미나 비둘기가 겨루면서 조소할 것이요, 용이 얕은 물에서 놀면 거머리나 지렁이도 앞뒤에서 공격하며 조롱할 것이다. 반드시 봉은 깊은 산의 아름다운 큰 숲속에 날개치고 용은 용문의 세찬 물결 속에 헤엄친 후에야 가히 그 신령함과 상서로움을 드러내어 보는 이들이 모두 진기하게 여겨 경하할 것이니 인재(人才) 또한 그러하다.(인재설·김시습)

▨… 크게 이름이 나지는 않았지만 서슬이 퍼런 군사독재 시절에 제 할 말은 하고 살았던 소설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속물시대’라고 불렀고 그 이름으로 소설집도 냈었다. 그에 의하면 “지 애비는 땡볕에 논두렁에 엎어져 있는데 돈 벌었다고 자가용 타고 고향 오는 놈, 군사독재를 향해서는 주먹질 한번 못하면서 정의 운운하는 놈, 일 년 내내 책 한권 안사면서 지식인인 체하는 놈…”은 모두 속물이라는 것이다.

▨… ‘속물시대’에 빗대어 속물 목사의 모습을 그리면 어떤 모습일까? 한 때 유행했던 백색 양복과 백색 에나멜 구두를 꼽았다간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 주보의 설교자 란에 박사라고 쓰는 뱃심의 목사도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다. 가난을 감내할 각오도 없으면서 영성 운운하는 분들의 체험론에 대해 시비를 걸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른 직책에는 모두 가능하겠지만 성직자에게 속물이라니 가당키나한 소리냐고 주먹질할 분도 있을지 모른다.

▨… “이 책은 은사자들이 꼭 한번은 읽어보아야 할 교과서와 같은 책입니다”라고 유명한(?) 목사님이 추천한 책이 한국교회를 뒤 덮었다. 사위와 장모가 서로 영적인 스승, 영적으로 철두철미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다. 가관이었다. 부시대통령, 힐러리 상원의원과 찍은 사진을 목사의 무슨 훈장인 것처럼 드러내 놓은 배짱은.

▨… 영성적인 것과 속물적인 것은 비례인가, 반비례인가? 머리를 갸웃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행여라도 자신을 용이라고 생각하면서 얕은 물도 마다않는 이나 영성적인 것과 속물적인 것을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이들이 우리 교단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름이 성결교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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