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으로 ‘나만의 광야’ 간증하는 27세 성악도
 가난한 섬마을 목자의 아들로
 고3 앞두고 갑자기 성악가 꿈
 누나가 모은 돈으로 대학학비
‘주께 영광, 가족엔 기쁨’ 이뤄

지난 11월 말 CTS ‘K-가스펠 시즌2’ 프로그램에서 성결인 송주섭 씨(27세, 신촌교회)가 대상과인기상을 동시에 차지했다. 

송주섭 씨 아버지는 송대영 목사(전남 신안군 암태도 갈릴리교회), 할아버지는 송전호 목사(충만교회 원로)다. 대를 이은 목회자 집안에서 자라며 이사를 많이 다녔다. 어린 시절 신촌교회(박노훈 목사) 앞마당에서 놀던 기억이 선하다는 그는 아버지가 신촌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다 부산에서 개척한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난했다. 봄 방학마다 이사를 다니며 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하나님이 먹이시니, 우리가 밥 굶을 일은 없을 거다”라는 아버지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땡전 한 푼 없이 부산에 갔어도 끼니 한 번 굶은 적은 없지만,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지 못하는 환경은 원망스러웠다. “사랑받고 싶어서 멋있고 좋은 것만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었는데, 내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처음 성악가 꿈을 품은 건, 고3 올라가기 직전의 일이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 테너 찬양사역자 박종호 장로의 찬양을 들었을 때다. 찬양과 함께 자신이 겪은 하나님을 간증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저런 목소리로 하나님 찬양하는 삶을 살고 싶다” 소망이 생긴 송주섭씨는 이때부터 ‘찬양과 간증하는 삶’을 꿈꾸게 됐다.  성악가의 무대도 마음에 들었다. 무대에 선 순간, 아무도 가수의 뒷이야기는 궁금해하지 않고, 조명 아래 멋진 모습만 봐준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숨기고 싶은 가난 때문이었다.

첫 학교는 군산대학교 음악과. 성악 전공생이 8명뿐이고 여러 악기 전공생도 섞여 있던 곳에서 성악 공부를 시작했다. 열정도 욕심도 많던 그는 서울에 올라와 성악을 더 배우고 싶었지만, 부모님 반대에 부딪혔다.

스물 둘 가을이었다. 쌀쌀한 기차역에서 어머니와 통화하던 날. “우린 널 도와줄 수 없는데 왜 욕심부리냐”고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무너졌다. 그동안 욕심껏 달려온 자기 모습도 싫고, 울며 만류하는 부모님에게 화가 났다.

유난히 정이 두텁고 화목한 가정었는데, 이때 경제적 문제로 부모와 사이에서 벽을 느낀 일이 송 씨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다른 누구보다 가족의 지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찾아온 절망의 시기, 아버지 송대영 목사가 보내준 찬양 ‘광야를 지나서’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었다. 찬양의 힘을 다시한번 체험한 사건이 되었다.  그에게 의미있는 찬양이 된 ‘광야를 지나서’를 K가스펠 경연에서도 불렀는데, 결선곡 ‘요게벳의 노래’와 함께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정미 심사위원은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 남들에게 없을 유산도 가졌겠지만,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대만의 광야’를 느꼈다”라고 평했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송주섭 씨는 결국 2019년 한양대 성악과에 입학해 정식으로 성악을 배웠다. 가족 중 가장 똑소리 난다는 누나가 가족여행을 위해 야무지게 모은 돈을 학비로 대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어렵게 들어간만큼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배웠다. 학교 다니며 국제 콩쿠르에도 도전했다. 그 여행길에서 만난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활동하는 테너 김정훈을 스승이자 형으로 삼았다. 찬양 한 곡을 완곡하지 못하는 슬럼프가 찾아왔지만 고비를 넘기고 베이스 바리톤으로 정착했으며, 클래식 보컬그룹 유엔젤보이스 활동을 하다 우여곡절 끝에 K가스펠에 도전했다.

그렇게 그는 ‘찬양도 하고 간증도 하는 삶을 살고 싶다’던 자기 꿈과 ‘하나님께 영광, 가족에게 큰 기쁨 돼라’는 할아버지 기도를 모두 이뤘다.

“빈 잔이 되어 나를 통해 하나님이 비추시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길 원한다”라고 고백하는 송주섭 씨.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음악은 통한다”라며 “넓은 세계로 나가 성악으로 감동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한 그인데, K가스펠 경연을 마친 후 제일 먼저 부모님이 계신 섬 암태도로 첫 공연을 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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