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을 속이는 사람은 건강하고, 자신까지 속이는 사람은 병들어 있다.”(칼 구스타브 융)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자신에게만은 진실하게 살고 있다는 믿음이 있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나 현대 심리학은 많은 이들이 자신이 인식하지 못할 뿐, 스스로 기만하며 살고 있음을 폭로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도 그런가? 하지 않고, 여전히 나는 아니야! 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보며 수많은 사람의 죽음과 파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열강들의 각축, 이념으로 갈라진 비극적 전쟁을 경험했던 우리 민족은 과거의 기억과 현실의 이해관계 이념의 성향대로 편을 들고 이론도 전개하지만, 결정과 행동의 주도권을 쥔 그 나라의 지도자들은 자기 기만적인 정책을 포장하고 선동하며 사태를 더욱 파탄으로 몰고 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 자신이 저지른 반인륜적, 반사회적 악을 정의로운 일이라고 믿는 범죄자들을 가리켜 ‘확신범’이라 하는데, 아무리 증거가 드러나고 범죄가 확실해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더욱이, 범죄의 동기가 종교 · 도덕 · 정치상의 신념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하다는 것이다. 종족 우월주의적 대량학살, 이념과 종교 갈등으로 보이는 전쟁, 교회에 스며드는 세속적 가치관, 은밀한 거래와 재정적 비리, 비윤리적 범죄행위에 대한 합리화, 자신만이 하나님의 편에 서 있다는 정신병적인 인간 군상이 그늘 속에 엎드려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 사실을 왜곡되게 보게 되며 그 사실을 실제로 믿고 거짓말을 하는 심리적 증상을 가리켜 공상허언증이라 한다. 자기가 말과 행동은 가장 바르다고 믿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기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원로 목사의 고백. 목회하며 가장 어려웠던 일은 교회의 중요한 직분을 맡고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이가 있었다. 뻔히 다 아는 사람 앞에서도 천연덕스럽게 사실을 왜곡하거나 상상도 할 수 없는 헛소문을 진지하게 퍼뜨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 자신의 이익을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라고 포장했던 유다의 기만, 나만은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다던 베드로의 공상허언, 스데반이 죽을 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옷을 지키던 사울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교회를 잔멸(殘滅) 하려던 확신범이었다. 사울은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의 음성을 듣고 자기 확신을 버렸다. 그리고 “스스로 속이는 것은 하나님을 조롱하는 행위”라고 하였다(갈6:7). 우리의 정직함의 기준이 ‘내가’에서 ‘하나님께서’로, ‘하나님 편에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CORAM DEO)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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