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전도사 근로자 인정 판결’ 긴급포럼 개최
‘건강한 동역’ 의식 회복·‘사역계약서’ 체결 정착 제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12월 8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전도사의 근로자 인정 판결이 교회에 미칠 영향과 대핵' 긴급포럼을 개최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12월 8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전도사의 근로자 인정 판결이 교회에 미칠 영향과 대핵' 긴급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전도사에게 시간 외 근무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담임목사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한 판결이 나와 교계에 작지 않은 파문이 일었다. 부교역자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부교역자의 안정적인 사역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교역자 처우 개선 문제는 한국교회 안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로 해묵은 과제에 가깝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백종국 이사장, 이하 기윤실)이 12월 8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한 긴급포럼에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전도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두고 대법원 판단기준이 충실이 적용된 것으로 특이하거나 예외적인 판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이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셀, 기윤실 좋은사회운동본부장)는 “대법원은 이 사건의 상고심과 재상고심에서 두 번이나 교회의 전도사에 대해서도 이미 확립된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며 “앞으로도 법원에서는 전도사를 근로자로 보고 판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특히 전도사 포함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교회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찬가지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교회 역시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제2항)이 적용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한국교회 여건상 전도사와 관련해 당장 근로기준법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도사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이상 △업무 내용 △근로 시간 △근무일 △임금 △연차유급휴가 △사회보험 적용 등을 명시한 표준 근로계약서에 준하는 내용이 담긴 서면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까지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교회 또는 담임목사)가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받는 돈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代償)적 성격인지 사례인지 여부 등에 따라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부목사의 경우에도 사역을 시작할 때 근로 조건 등을 명시한 서면 계약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부목사 역시 전도사와 마찬가지로 담임목사와 종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향후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대가를 받으며 일을 하는 사람’, 임금을 ‘근로(일)의 대가로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으로 정의한 이재호 목사(위디노무사사무소 대표노무사)는 “종교적 일을 하면서 사례비라는 명목으로 일의 대가를 지급 받는 목회자(부목사 포함)라고 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사역계약서’ 체결 정착을 제안했다.

이재호 목사는 “사역계약서 작성과 체결이 목회 노동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갈등을 제거하고, 나아가 일방적 업무 변동, 사역시간 변경, 부당한 해고 등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소속 교회에서 사역을 계속할 수 있을지 사역지를 옮겨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역계약서 작성을 통해 사역 기간을 명시적으로 정했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불안정성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전도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로 향후 목회 현장에서 부교역자들의 노동 사건들의 구제 및 진정 신청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 이 목사는 한국교회 내부의 인식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이상 ‘주님의 일에 충성한다’는 명목하에 적은 사례비를 받고, 언제 그만둘지도 모르는 불안한 지위에서 힘에 겨운 사역을 감당하는 부교역자들의 사정에 눈을 감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목회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인 보호가 시급하다”고 했다.

신동식 목사(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빛과소금교회)는 담임 교역자와 부교역자 간의 ‘건강한 동역’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 목사는 “전도사 생활 9년과 강도사, 부목사 생활 7년을 하면서 느낀 점은 담임 교역자와의 인격적 교제를 갖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갑을, 상하관계로만 확고하지, 목회를 함께 의논하는 관계가 아니다. 철저하게 담임 교역자를 돕는 존재로 머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상복 목사의 <목회자의 리더십>의 한 구절을 인용한 신 목사는 “참다운 리더는 사역자를 발굴하고, 훈련시키며, 자원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효율적인 조직에 힘쓰고, 권한을 위임할 줄 아는 자라고 했다”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부교역자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외국에 선교사를 보내는 일에 열심을 내는 한국교회가 미래를 짊어질 교역자를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부교역자들에게도 “사역지가 잠시 스쳐 가는 곳이 아니라 미래 한국교회를 세우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신 훈련의 장임을 인식하고 소명에 합당하게 사역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된다면 건강한 동역은 분명하게 회복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기윤실은 지난 2016년부터 ‘한국교회 청빙과 사역에 관한 서약 – 부교역자 사역계약서’를 발표하고 건강한 목회 문화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부교역자 사역계약서에는 △동역과 의무 △동역기간 △사역기간 △사례비 △휴일 및 휴가 △전별금 △서약해지 등의 항목이 포함돼있다. 해당 자료는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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