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척지 정하고 설립 준비할 때
총회 5000만원 지원으로 어엿한 성전
어른보다 마을 어린이 돌봐주기 집중
2020년 내부리모델링, 마을 랜드마크
지금은 청장년 30명 출석 ‘젊은 교회’

한빛교회를 개척, 설립한 이길우 목사 부부는 마을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와 돌봐주고 복음을 전하며 주일학교를 시작했다. 시골 마을에서 방치되어 있던 아이들은 교회를 놀이방, 공부방, 사랑방 삼아 건강하게 자라났다.
한빛교회를 개척, 설립한 이길우 목사 부부는 마을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와 돌봐주고 복음을 전하며 주일학교를 시작했다. 시골 마을에서 방치되어 있던 아이들은 교회를 놀이방, 공부방, 사랑방 삼아 건강하게 자라났다.

2007년 100주년을 맞아 우리 교단은 ‘100주년 기념교회’라는 작은 씨앗을 전국 곳곳에 심었다. 

통영 한빛교회(조승민 목사)도 그중 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던 작은 마을 용호리, 소를 키우던 축사에 세워진 한빛교회는 약 20년 전 교단 100주년 기념교회로 세워진 후 이제 개척 시대를 지나 탄탄히 자리를 잡고 있다.

교단 100주년 기념 사업에 선정된 통영 한빛교회는 2004년 7월 12일 창립 감사예배를 드렸다.
교단 100주년 기념 사업에 선정된 통영 한빛교회는 2004년 7월 12일 창립 감사예배를 드렸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예전에 교단이 뿌린 씨앗 하나가 튼튼한 나무 되어 뿌리 내리고, 다음세대로 북적이는 건강하고 정다운 교회로 성장한 모습을 찾아가 보았다. 축사에 세워진 통영 한빛교회
한빛교회는 이길우 목사가 뒤늦게 신학을 시작해 53세에 개척한 교회다. 그는 통영 태평교회 당시 류윤석 목사의 소개로 아무 연고 없던 작은 어촌 마을 용호리에 터를 잡았다.

당시 용호리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애조마을’이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데다 마을 내 40여 가정은 바닷가 마을답게 미신과 무당이 판치고 제사도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한빛교회는 20평 정도의 축사에서 처음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한빛교회는 20평 정도의 축사에서 처음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전도의 여건은 되지 않았고, 사람들의 발길조차 닿기 어려운 곳이었다. 축사 스무평에서 예배는 어떻게 드려야 할지… 가진 것을 다 모아 준비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막막한 마음으로 작은 축사를 쓸고 닦으며 예배를 준비할 때 교단의 100주년 기념교회 지원 소식이 들려왔다. 교단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각 지역 총회마다 1년에 2개 교회씩 총회에서 5천만 원씩 지원하는 정책으로, 3,000개 교회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빛교회 2대 목사로 부임한 조승민 목사는 충무중앙교회에서 지원받은 개척 자금으로 교회를 카페처럼 예쁘게 리모델링했다. 정원으로 향하는 통창 안 모임 공간에서 성도들은 성경공부, 북클럽 등 교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한빛교회 2대 목사로 부임한 조승민 목사는 충무중앙교회에서 지원받은 개척 자금으로 교회를 카페처럼 예쁘게 리모델링했다. 정원으로 향하는 통창 안 모임 공간에서 성도들은 성경공부, 북클럽 등 교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길우 목사는 100주년 기념교회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30평 남짓 조립식 판넬 교회를 짓고 2004년 7월 12일 설립 예배를 드렸다.

무속신앙 많은 마을에 교회가 들어선다니 마을 사람들의 우려가 컸다. 그래서 이 목사는 건축을 시작하고 설립하기까지 2개월간 주민들과의 관계를 좋게 하고 동화되기 위해 애썼다. 시골교회 개척의 핵심은 마을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사의 나이가 쉰이 넘다 보니 다행히 마을 주민과 대화가 잘 되었고, 교회긴 하지만 쓸쓸한 마을에 깨끗한 새 건물이 들어오니 좋은 반응도 있었다. 아무런 민원 없이 교회가 완공되었고, 예배당 외에도 땅 크기에 맞춰 식당 겸 교육관과 작은 기도실도 같이 만들었다.

경험 없이 그야말로 없던 길을 ‘개척’했던 이길우 목사는 개척훈련원, 패스브레이킹 등을 찾아 다니며 도움이 될만한 것은 뭐든 열심히 찾아가 배웠다. 경력은 없어도 열심히 바닥을 다지며 개척교회 원리를 이론으로 배우고 나니, 이제 실전이었다. 

이길우 목사 부부는 용호리 안쪽으로 가는 77번 버스를 타고 8km를 더 들어가 종점까지 나타나는 6개의 마을을 매일 다니기 시작했다. 마을마다 10가구, 15가구 살고 있어 주민들에게 다가갔지만, 마음이 굳은 어른들을 전도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그때 부부의 눈에 보인 것이 아이들이다. 용호리 아이들 5명을 포함해 안쪽 마을에도 초등학교 아이들이 2~3명씩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내 같지 않아서 학교가 끝나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이었다. 결손가정도 많아 돌봄의 사각지대였다.

하교 후 마을마다 따로 내리던 아이들을 모두 교회로 데려와 돌보기 시작하니, 7개 마을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모두 교회에 나왔다. 이렇게 한빛교회는 주일학교부터 시작했다. 시골교회는 주일학교가 안 된다고들 하지만, 한빛교회는 개척 때부터 지금까지 주일학교 학생부 활동이 아주 활발하다. 

동화책을 읽히고 공부를 가르쳤다. 교회에서 수요일 저녁과 토요일 점심을 주었고, 크리스마스에는 이 목사가 산타 복장으로 마을 전체에 선물을 나르기도 했다.

한빛교회 아이들은 교회에서 빌려준 축구경기장에서 마음껏 뛰놀며 감찰 내 태평교회, 장평교회 등과 함께 경기를 벌이기도 한다.
한빛교회 아이들은 교회에서 빌려준 축구경기장에서 마음껏 뛰놀며 감찰 내 태평교회, 장평교회 등과 함께 경기를 벌이기도 한다.

교회가 온 동네 아이들의 문화공간, 공부방, 놀이공간이 되었다. 학교의 가정통신문도 교회로 오고, 집에 전화가 되지 않으면 바로 교회로 연락한다거나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제하기도 하다 보니 어렵사리 요건을 갖추어 ‘지역아동센터’ 승인을 받게 되었다. 이 목사 부부는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데도 힘썼다. 2005년부터 3년간 새해 첫날 집마다 방문해 세배하고 축복기도를 해주었고, 글 모르는 분들을 위해 택배를 보내고 받아주는 등 점점 용호리 진짜 주민이 되어 갔다. 

교회는 천천히, 그러나 깊게 마을에 뿌리를 내렸다. 이 목사는 2대 조승민 목사를 후임으로 정하고 2020년 은퇴를 결정했다. 

한빛교회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제 청년이 되어 찬양 반주와 영상을 맡아 예배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한빛교회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제 청년이 되어 찬양 반주와 영상을 맡아 예배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원로 대우를 받는 것보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꼭 필요한 시기에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도와주신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명예목사가 되었다”라고 고백하는 이 목사. “후임자와 함께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고 선을 이루어 가는 것이 삶의 마지막 미션이다”라고 밝히며 “한번 목사는 죽을 때까지 목사이지 않은가?” 하고 웃었다. 용호리 랜드마크, 밝고 젊은 교회로 뿌리내리다
2020년 코로나를 관통하던 시기, 개척을 준비하던 조승민 목사는 계획과 다르게 은퇴하는 이길우 목사의 뒤를 이어 한빛교회 2대 목사로 부임했다. 이 과정에 지방회 내에서 70주년 지교회를 세우려던 충무중앙교회(박진규 목사, 당시 민경휘 목사)가 본래 계획이던 ‘개척자금’을 ‘선교헌금’으로 명목을 바꾸어 한빛교회에 2억 원을 지원해준 통큰 결정이 있었다.

조승민 목사는 지원금으로 교회를 멋지게 리모델링했다. 식당으로 사용하던 공간 벽을 허물었더니 바다가 보여, 폴딩도어를 달고 실내 인테리어를 카페처럼 예쁘게 꾸몄다. 조 목사는 “지나가는 분들이 사진을 찍고 가기도 하고, 요즘은 시내에서 운행하는 택시 기사분들도 한빛교회를 아신다”라며 용호리 랜드마크가 된 교회를 자랑했다.

조 목사는 아이들이 모여 공을 찰 수 있도록 시내 경기장을 빌려주고 간식도 제공하면서 아이들을 예배로 초대했다. 처음에는 풋살을 하다가, 아이들이 12~15명으로 늘어나니 감찰 내 태평교회, 장평교회 등과 함께 경기를 열어 축제 분위기를 냈다. 아이들과 성도들이 아주 좋아했다. 몇 년간 교회 나오지 않던 성도가 돌아오고 전도하면서 지금은 30명 정도의 어른과 학생부 15명, 유초등부 10명으로 늘었고, 성도들의 연령대도 통영 도심에서 일하는 40대가 대부분이라 젊다. 교회 분위기가 밝아졌다.

양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조 목사는 새신자부터 단계별로 성경공부를 열고, ‘북클럽’도 운영한다. 책을 매개체로 교제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조승민 목사와 이길우 목사가 입을 모아 감사를 전하는 것은 여름, 겨울에 비전트립으로 성경학교를 열어주는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와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청년들에게다. 삼일교회는 한빛교회 개척 후 20년간, 호산나교회는 10년간 빠지지 않고 한빛교회에 와서 마을전도와 주일학교를 도왔다. 혼자 목회하는 시골교회에 열정 많은 청년들의 봉사가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 청년사역뿐 아니라 개척훈련원, 교회진흥원 등이 제공하는 교단의 다양한 교육·훈련 과정을 통해 여력을 얻으며 지혜롭게 사역한다.

  “주님의 일 하고자 하니 외부에서 필요한 것을 다 채워주셨다. 넉넉하고 행복하게 목회했다”고 고백하는 노목사와 “갑자기 부흥하기보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은혜로운 분위기라면 앞으로도 행복한 목회를 할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2대 목사가 성도들과 함께 다음세대를 키우는 한빛교회. 풍성한 열매를 기대하는 추수감사주일에 유난히 생각나는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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