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의 철인(哲人)으로 불렸던 파블로 카잘스가 숨을 거두기 1년 전, 95세 때 유엔 총회의 개회식에서 연주를 했다. 그는 바하의 첼로협주곡으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흔든 후, 짧게 인사했다. “나는 공개연주를 그만둔 지 오랩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여러분들에게 스페인 카타로니아지방의 민요 한곡을 더 들려드리겠습니다. 곡목은 ’새의 노래‘입니다. 그 지방의 새들이 무어라고 노래하는지 아십니까?”

▨… 유엔총회의 참석자들은 이 세기의 거장이 노구를 이끌고 연주한 첼로협주곡에 이미 매료되어 있었지만 그의 짧은 인사에도 숨을 쉴 수 없을만큼 압도당했다. “새들은 피스(평화), 피스, 피스라고 노래합니다. 피맺힌 목소리로 웁니다. 피스, 피스, 피스….” 파블로 카잘스가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프랑코의 독재에 항거했음을 알고 있었기에 참석자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 인류평화의 대제전이라는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젊음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내뿜은 열기는 17일 동안 온 지구를 달궜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메달 13개로 세계 5위라는 성과를 거둔 것에 모두들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고 일본을 격파한 축구의 동메달 획득은 온 나라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이날 만큼은 대통령선거도 경제불황도, 남북대치상황도 모두 아랑곳하지 않았다.

▨… 그러나 이긴 자의 환호 뒤에 가리어진 패배자의 아픔에 대해서는 모두들 한결같이 외면해버린다. 패배자의 아픔은 패배했으므로 당연한 것인양 치부해버린다. 축구 한일전의 승패가 확정된 순간, 운동장에 시체처럼 널부러진 일본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스포츠에는 애초에 페어플레이가 없다”고 갈파했던 조지 오웰을 떠올린 사람은 정신이 조금 어떻게 된 사람일까.

▨… 승자의 기쁨 뒤엔 반드시 패자의 아픔이 있는 이 인간의 모순은, 인간이기에 감당해야 할 몫인가. 인간 스스로 만든 족쇄인가. 강물은 대해로 흐른다지만, 작은 교회의 신자들이 큰 교회로 수평이동하는 대세를, 아무리 발버둥쳐도 거스를 수 없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강단에 엎드려 무엇이라고 외치며 우는지 아느냐고 모든 목회자들에게 묻고 싶다. 목회자가 승,패를 가르는 운동시합선수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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