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지식경제부 주관 2012년도 편지쓰기 대회가 있었다. 예산 우체국 고객 대표의 한사람으로 활동하면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편지쓰기를 마음먹고 지난날의 즐겁고 괴로워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편지를 썼다. 사랑하고 잊지 못할 분들에게 편지를 남겨 후일에 읽어보는 재미도 맛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공개해 본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여보, 오늘이 당신의 68회 생일이군요.
당신을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당신이 누워 잠자고 있는 이곳으로 달려왔소. 당신 앞에 와 보니 당신은 여전히 무덤 속에서 잠만 자고 있군요. 얼른 일어나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맞아 주오.
여보, 고맙고 감사해요. 그리고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23살 당신은 22살 1살 차이 밖에 나지 아니하는 처녀가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혼한 당신은 너무나 큰 시험을 보았소. 그때 나는 군에서 막 제대하였고 배움도 많지 않고 농사할 농장도 없으며 직업도 없는 나에게 시집온다니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랬소. 그러나 당신은 믿음 하나만 있으면 잘살고 못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결혼을 결심했다니 정말로 고맙고 장하오.
나는 당신의 기도와 하나님의 은혜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당신과 결혼한 지 7일 만에 첫 출근을 했지요. 그 후 우리들은 3형제의 자녀를 선물 받았잖아요. 그러나 공무원의 월급이 많지 않아서 가정 형편은 어렵고 아이들은 점점 자라면서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며 우는 아이들의 손잡고 한 놈은 등에 업고 먼 하늘만 바라보면서 한없이 눈물 흘리던 당신의 모습이 생각도 나오. 어려운 가정생활 중에도 어머님의 치료비도 마련해 드리던 당신, 나를 위하여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고 밤늦게 퇴근한 나에게 된장찌개가 식어서 맛이 없을까봐 연탄불에 몇 번씩 올려놓고 기다리던 당신의 된장찌개는 밥 먹을 때는 어찌나 짠지 먹기 어려웠지만 당신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먹던 된장찌개는 어찌 그리 맛이 좋았는지.
큰 아들 결혼시켜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뇌출혈관 중풍으로 병원에서 수술 받고 퇴원하였지만 마땅히 간병할 사람이 없어 중간관리자로 잘 나가던 직장을 퇴직하고 전적으로 당신을 위하여 간병했지만 당신은 눈만 뜨고 있으면서 말 한마디, 손발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는 중환자이었지! 그때는 정말로 어려웠소. 당신 곁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간병의 시간이 흘러갔소.
당신은 나의 정성과 사랑의 손길을 뿌리치고 병을 이기지 못하고 61세로 세상을 작별하고 하나님 나라로 갔잖아요. 나는 당신의 차가운 시신을 껴안고 한없이 울고 또 울었지만 당신은 영영 나의 곁을 떠나고 말았소. 당신을 선산에 매장하고 돌아와보니 허전하고 쓸쓸함 이루 말로다 할 수 없을 지경이었소. 아이들은 모두 일터로 가고 텅 빈 집에 혼자 남아있자니 당신이 누워있던 자리만 보이고 말할 수 없는 공허함과 두려움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먼저 간 당신을 원망하고 울고 또 울었소.
당신과 나 사이에 선물로 받은 자녀들은 지금 잘 살고 있어요. 큰 아들은 환준이는 목사님으로 사역하면서 남매를 낳았고, 둘째 환영이는 외국에서 회사 다니면서 교회 봉사도 잘하고 삼남매를 낳았소, 셋째 환용이도 목사님으로 사역하면서 3형제의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었어요. 당신과 나는 자랑스러운 가정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것 아니겠소.
여보, 이렇게 장성한 애들을 보면 당신 생각이 더 많이 난답니다. 요즈음은 어머님의 병환이 깊어져서 병원에 입원중인데 연세가 92세로 많으셔서 아무래도 건강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며칠 전에는 어버이날이라 동생들과 병원에 찾아가 뵙고 인사드렸지만 어머니는 말씀 한마디 못하시고 눈만 끔뻑끔뻑하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젊었을 때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몹시 아파요. 당신이 있었으면 형수님과 교대로 간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봤지요.
아참 깜빡 잊었네요. 당신이 떠난 다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갈까 생각해보았지요. 그랬더니 당신을 간병하던 생각이 나서 환갑이 지나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여 지금은 사랑나눔요양보호사 파견센터를 운영하며 노인환자 가정에 요양보호사님들을 보내드리는 일을 하고 있소. 어쩜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인 환자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도 해드리고 손과 발을 주물러 드리기도 해요. 잘하는 일이지요?
여보, 나는 우리의 소망인 하늘나라에서 당신과 손에 손잡고 찬송도 부르며 행복한 부부가 되고 싶어요. 기다려줘요. 멀지않은 세월이 지나가면 당신 곁에 갈게요. 여보 고마워요. 사랑해요. 행복하게 있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