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결문화인 |  2023 키아프 서울 전시 참가한 한지현 집사(신촌교회)

서울대서 동양화 전공했지만 붓 꺾었다 출산하고 본격 시작
“경력 단절 한치 앞 안보였어도 하나님은 한 발짝씩 인도하셔”

현대 미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 시장의 흐름을 확인하는 글로벌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 한국국제아트페어)이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코엑스 전시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리는 프리즈(Frieze)와 2년째 공동 개최하며 역대 최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키아프 서울. 이번에 문을 연 200여 개 갤러리 중 A88 아트파크 갤러리에 따스한 위로와 사랑이 전해지는 그림 5점이 걸렸다.

인산인해 속 자신의 그림 앞에 활짝 웃는 이사람은 바로 화가 한지현 집사(신촌교회․사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 석사까지 수료했지만 이후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한지현 작가. 다시 붓을 들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 국제적 전시회 갤러리에 그림을 걸기까지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였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보령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첫째 아이가 두 살쯤 되었을 때였는데, 육아로 정신 없이 힘들었다. 아이가 잠들어 짧게 주어지는 그 시간에 나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

한 작가는 시간을 쪼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녀의 예쁜 모습과 가족의 소중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동양화 재료를 쓰면 그림이 거창해지니까, 가장 빨리 마르는 아크릴 물감을 재료로 선택했다. 문방구에서 산 작은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 첫 시도였다. 

그림이 점점 쌓였다. 당시 그린 그림을 모아 인사동 갤러리에 신진 작가로 초대받아 전시한 것이 화가 한지현의 본격적인 활동 서막이었다. 한 작가는 자신이 지금껏 화가로 걸어온 길을 일부러 계획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를 당연한 자리라고 여기지 않는다며, 그간 깨달은 하나님의 방식을 설명했다.

 

한 발짝씩만 걷게 하시는 하나님
“제일 중요한 걸 말씀드리면, 이 순간까지 하나님은 정확히 한 번에 딱 하나씩만 보여주셨다는 사실이다. 경력이 단절돼 리스크가 컸던 상황을 오히려 좋게 봐준 어떤 한 사람에 의해, 또 그 사람으로 인한 연결에 연결을 시켜주셨다”라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 하나님은 정말 한 발짝씩만 걷게 하셨다”라고 회상했다.

2017년 인사동 갤러리 두 군데서 연 ‘사랑하니까 엄마다’ 개인전 이후 보드레안다미로 ‘부드럽고 풍성하게 초대 10인전’, 갤러리너트 ‘너트프라이즈 우수상 2인전’, ‘AHAF 2018’, 갤러리엠 ‘신진작가 단체전’, ‘여행전’, ‘K-아트 페어’, 스포피아갤러리 ‘초대 2인전’, 아트파크 ‘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 단체전’, ‘화랑예술제’, ‘서울 인터네셔널 아트 엑스포’, 대만 ‘아트카오슝’ 등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활발히 작품을 출품했다. 

『사랑하니까 엄마다』<글·그림 한지현/아스터로이드북/100쪽>라는 책을 출판했고, 작년에 ‘화관을 쓴 소녀’ 개인전과 올해 키아프 서울 전시까지 참여하며 명실상부 한국 대표 화가로 사랑받게 됐다.

그의 작품에는 보는 사람이 자기 안의 아름다운 것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무한한 사랑을 기억나게 하고, 우리 안의 좋은 것들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해 그림 앞에 하염없이 서 있게 만든다.


“이 그림도, 네 딸도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한지현 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느끼며 힘들어할 때 기도하며 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고민하고 걱정하라는 숙제를 주신 게 아니라, 그저 좋은 것을 주고 싶으신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는 “하나님이 나에게 아이가 선물이라고 하셨던 때부터 선물로 받은 이 아이들에게 제일 좋고 가장 예쁜 것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졌다”라며 “아이가 가진 고유한 것을 꽃피워 주고 싶고, 나중에 세상 속으로 잘 날려 보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리다 보니, 소녀였던 모습이 점점 나의 모습과 섞이는 듯도 하며 그림 속 주인공이 성장하고 있다”라고 화풍의 변화를 설명했다.

“사람들이 좀 더 미소 짓게 만들고, 힘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한지현 작가는 오는 2025년, 그가 꿈에 그리던 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물으니 “그릴 그림을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여느 때처럼 하나의 그림을 집중해 그린 후 또 뭘 그릴지 하나님께 묻겠다는 그가 완성할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