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저는 석매교회 주기철 목사님이 보내온 소식에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하지만 섬기는 교회 장로님의 소천 소식임을 아래의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장로님을 그렇게 자랑하시던 목사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주 목사님의 허락을 받고 올립니다.  

이스라엘 왕 요아스가 선지자 엘리사의 죽음을 앞두고 “내 아버지여 내 아버지여 이스라엘의 병거와 그 마병이여!”라고 부르짖은 것처럼 저는 오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식 나이의 목사를 그렇게 잘 섬겨 주시던 장로님이 하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부모를 잃은 슬픔을 아직 경험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오늘 제게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분은 제가 이곳에서 17년 목회하는 동안 한 번도 아내와 저의 생일을 지나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아무 날 시간 비워 놓으세요!”하며 생일축하 식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먹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은 그분의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그분은 사택에 들어와서 공기가 차가우면 “기름 아끼지 마시고 팍팍 때세요. 목사님 감기 걸리시면 성도들 영혼에 감기 들어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목사가 아내와 둘이 살면서 마음껏 기름을 쓰겠습니까? 목사를 아끼시는 장로님의 사랑이 고마운 것이지요.

그분은 “목사님! 주중에 손님 와서 대접하신 것 같은데, 왜 청구서 안올리세요? 사례비도 얼마 안 되는데, 사비 쓰지 마세요. 그리고 어디 가서 식사하고 뒤꽁무니 서지 마세요. 대접하고 교회에 청구하세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작은 농촌교회의 넉넉지 못한 살림에 접대비를 마음대로 쓰겠습니까? 목사의 형편을 알아주시는 장로님의 지지만으로도 든든한 것이지요.

제가 장로님께 교회를 부탁드리고 멀리 출타해서 아침에 “장로님 교회에 별일 없지요?” 하고 전화를 드리면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사택 개 진지도 다 드렸어요!” 하십니다. 사택의 개는 장로님이 차려주신 진지를 먹고 살았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하신 것이지만, 아들뻘 목사의 자존감을 세워주시는 장로님의 말씀이 제게 얼마나 힘이 되었겠습니까?

장로님은 성도들이 낸 성미를 먹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여러 집 쌀이 섞인 성미가 색깔이 푸르스름하게 변한 것을 보시고, 자신은 좋은 쌀로 밥 지어 먹으면서 목사님은 여러 집 쌀 섞인 쌀 드시게 할 수 없다고 “쌀 떨어지기 전에 얘기 하세요.” “식량 어떻게 됐시유?”하고 물으시며, 개인 농사지으신 것으로 사택 양식을 미리 미리 채워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응급실에 다녀오셔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는 몸으로 20여 개의 페트병에다 일일이 쌀을 담아놓으시고 며칠 후 중환자실에 가셔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목사를 섬기는 장로님의 사랑이 이보다 더 깊을 수 있을까요?

목사에게 주는 선물은 항상 최상의 것을 준비하셨습니다. 자녀들이 과일 한 상자를 보내면 그 중에 절반은 사택에 보내고, 나머지 절반으로 형제와 나눠 드셨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은 으레 한 상자는 목사님 것으로 또 한 상자는 부모님 것으로 두 몫을 준비해 보냈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유족들과 식사를 하려니 갑자기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본인의 생신 때나 권사님 생신 때 늘 자리를 같이하던 분들인데, 정작 장로님만 그 자리에 계시지 않으니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장로님의 존재가 나 자신에게나 교회에 그렇게 컸던 것이지요.

제 생애에 다시 이런 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목회 사역을 마칠 때까지 그분이 살아 계시기를 바랐건만 하나님이 정하신 때가 되어 장로님을 불러 가셨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우리에게는 언제나 순종뿐이지만 제 마음은 한 없이 시리고 아픕니다.

저도 주 목사님이 정한춘 장로님이 행하신 섬김의 글을 읽으며 마음에 뜨거움을 느꼈습니다. 정 장로님의 섬김은 주 목사님의 교회와 성도를 향한 사랑과 함께 어우러졌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섬기는 하리교회 장로님들도 아낌없이 교회와 목사, 그리고 성도들을 섬기는 분들이라 행복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동행이 교회마다 교단 안에 넘쳐나길 기도해 봅니다. 

장로님, 귀감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 같이 빛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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