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교회 조경수 목사 소천
어촌교회 1997년부터 지켜오다
성전 신축비 갚으려 온갖 일
몸이 견디지 못해 급성 신장염
봉헌 눈앞에 두고 주님 곁으로

영종도 금산교회 조경수 목사가 지난 7월 17일 향년 60세로 소천했다. 영종도가 개발되기 전부터 작은 어촌마을의 목회자로 산 그는 지독한 가난을 견뎌내며 교회당 건축을 꿈꾸었지만 안타깝게도 목회의 꿈을 다 피우지 못하고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 했던 고난의 길을 스스로 택해 그 곳에서 예정된 시련을 몸으로 감당하며, 그리스도의 살아계심을 몸소 증명했던 조 목사의 눈물겨운 생애가 전도의 열정을 잃은 요즘 시대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고 조경수 목사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32세의 젊은 나이로 처음 마주한 1997년의 영종도는 그야말로 오지 중의 오지였다. 지금이야 인천국제공항이 생기고 신도시가 건설되고, 섬을 오가는 다리가 놓이는 등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그 때의 영종도는 배를 타지 않고는 갈 수 없는 시골 섬이었다. 

전제할 것은 인천공항 건설에 따른 눈부신 변화가 영종도 전체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목사가 세운 금산교회가 위치한 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가난한 어촌마을이었고, 당연히 교회도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조 목사는 26년을 시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받지 못했다. 워낙 교회의 재정이 열악한 탓에, 오히려 그가 일을 하며 교회 운영비를 감당해야 했다. 매일 공항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교회를 지켜냈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며, 공항에 일자리가 없어졌을 때는 인력소에 나가 공사장 잡부로 뛰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지는 그를 보며 주변에서는 도시로 다시 나오라고 했지만, 그는 금산교회와 그 마을이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라며, 이를 결코 놓치 않았다. 

오히려 한 줌 밖에 안되던 자기 몫을 마을을 위해 내놓았다. 열악한 대중교통으로 불편해하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교회 승합차를 마을버스처럼 운영하며 운전 ‘기사’를 자처했다. 차비를 받지 않았던 것은 물론, 기름값조차 본인이 감당했다. 조 목사는 자기가 가진 전부를 남을 위해 헌신한 목회자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진짜 고난은 교회를 재건축하며 찾아왔다. 당시 금산교회는 국유지에 위치한 무허가 포도창고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해당 지역에 도시개발이 시작되며, 당장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종교부지를 요청한 김 목사와 성도들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 당했고, 결국 교회는 강제로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김 목사는 교회를 지키겠다며, 스스로를 교회에 가뒀다. 거주자가 있는 이상 강제 철거할 수 었기에, 성도와 가족을 밖으로 내몰고 혼자 남은 것이다. 길이 끊기고 교회 주변으로는 4m의 절벽이 생기는 등 완전히 고립됐지만, 그는 성도들로부터 물과 음식을 공급받으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무려 4년 6개월을 버텨냈다. 가족들 역시 작은 컨테이너에서 고난을 함께했다. 그의 처절한 투쟁에 결국 손을 든 것은 도시개발공사였다. 금산교회는 결국 미단 신도시에 종교부지를 받아 이사하게 됐다. 

하지만 더 큰 시련이 시작됐다. 종교부지만 배당받았을 뿐, 돈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약 16억 원에 이르는 건축비 대부분을 대출로 감당해야 했다. 한 달에 이자만 300만 원이 넘었지만, 그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금산교회를 새로 세울 수 있다는 생각에 막일을 하며 이자를 감당했다. 단 하루도 맘 편히 잘 수 없는 나날이었지만 그럼에도 희망이 있었던 것은 교회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고, 새로운 마을이 조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토록 버티며 꿈꿔오던 금산교회의 새 날이 눈 앞에 잡힐 듯 다가오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조 목사의 건강은 회복키 어려울만큼 나빠져 있었다. 재정적 압박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강도높은 노동은 결국 그에게 ‘스트레스성 급성 신장염’이라는 고통스러운 병을 남겼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그는 오로지 금산교회만 생각하며, 새 예배당에서 가족 성도들과 함께 온전히 예배할 날을 꿈꿨다. 

결국 조 목사는 그토록 갈망하던 천국에 올라 따스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그가 생명을 나누어 지켜냈던 금산교회는 이 곳 지상에서 다시 십자가의 찬란한 빛을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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