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우리 교회보다 더 긴급한 교회를 돕는 것을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먼저 심으면 하나님이 나중에 돌려주시지 않을까요.”

초등교 5학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문제를 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 시제를 공부하는 중이었습니다. “여러분, ‘나는 준다’의 미래형은 무엇일까요?” 한 학생이 대답합니다. 선생님이 기대한 답은 “나는 줄 것이다”였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나는 받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학생이 점수를 받지 못했는지 몰라도, 신앙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예수께서는 누가복음 6장 38절에,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면 다시 받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섬기는 갈릴리선교교회는 미국 캘리포니아(CA)주 로스엔젤레스(LA)에 위치한 교회입니다. 미국에서 한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곳이고 한인타운(Korea Town)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한인타운을 약간 벗어난 South LA 흑인 지역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했습니다. 교회 주위에는 한인이 아니라 흑인들이 주로 눈에 띄어서 약간 위험한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임 목사님이 30여 년 전에 구입한 건물인데, 한편으론 자체 건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2005년 LA 인근 파사데나(Pasadena)에 위치한 훌러신학대학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 유학차 와서 2007년 갈릴리선교교회 담임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건물을 가지고는 있으나 창고를 개조한 예배당이며, 교회 주위가 약간 위험한 곳이고, 주차장이 필수인 미국에서 주차 공간이 협소하여 성장하기 참 어려운 여건이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교회 맞은편에 위치한 병원 주차장을 주일에 렌트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부터 사용했으니 꽤 오래전부터 사용한 것 같습니다.

위기가 닥치다
어느 날 위기는 예고 없이 닥쳤습니다. 교회 앞 병원이 부도가 나서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그 사이 교회는 점점 성장하여 주차 공간은 더 필요한데, 병원 주차장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날부터 주차 문제는 아주 심각해졌습니다. 성도들이 교회 앞 대로와, 교회 뒤 주택가에 주차를 해야 했고, 주차 봉사자들이 ‘발렛 서비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먼 곳에 차를 주차하고 오는 여자 성도들은 좋은 옷이나 가방을 들고 오지 못했습니다. 날치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안전하게 운동화를 신고 교회 오신다는 여성도님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주차장 문제로 전도가 망설여진다는 성도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이 때부터 저는 ‘주차장을 주시든지, 교회를 이전시키든지 하소서!’라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 이 기도를 처음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주차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기도가 간절할 리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응답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부도난 병원 건물을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구입하여 거주형 아파트로 리모델링을 한다는 소식입니다. 공사는 순식간에 끝났고 그 건물에 사람들이 입주하면서 입주민 차량이 거리로 나오니 그나마 있던 주차 공간도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2020년 2월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닥쳤습니다. 또 다른 차원의 위기가 교회에 닥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성도들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니, 잠시 지나가는 태풍의 눈처럼 한동안은 주차 공간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감사할 일이 아니라, 이제 교회는 주차장이 아닌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것입니다.

위기 속에 찾아온 기회
그렇게 1년이 지난 2021년 3월, 어느 날 교회에 있는 저에게 아내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당일 신문에 한인타운 내 교회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 건물이 매물로 나온 것입니다. 전화를 받고 아내와 저는 얼른 그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꼭 우리에게 주시려고 하나님이 준비하신 것 같았습니다. 예배당이 약간 작지만, 위치가 좋고, 무엇보다 주차장이 넓었습니다. 더욱이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지금 건물을 팔면 구입할 수 있는 액수였습니다. 급히 장로님들에게 연락해서 현장으로 오시게 했습니다. 장로님들도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당시 성도들이 현장 예배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공지를 하고, 현재 교회를 매각하고 그 교회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급히 부동산 브로커에게 연락을 해서 우리 교회를 매물로 내놓으니, 금세 사겠다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현재의 교회가 팔리면 사겠다는 조건으로 새 교회에 오퍼(Offer)를 넣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신이 나서 새 교회 건물 사진을 성도들에게 보여주면서 기도를 요청했고, 한 주 동안 금식을 하면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 건물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는 지금의 건물이 팔려야 살 수 있는 조건이고, 다른 곳은 현금을 준비한 교회였습니다. 셀러(Seller)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건물이 팔려야 간다는 조건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이 결과는 저를 참 힘들게 했습니다. 결정되기 전 일주일은 폼 나게 ‘금식’을 하며 기도했는데, 결정된 후 일주일은 밥맛이 없어 저절로 ‘굼식’을 해야 했습니다. 하나님께 섭섭하고 성도들에겐 미안했습니다. 

이제 성도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돌아오는 주일 예배 광고 시간에 현장에 오신 몇몇 성도들과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성도들에게 말했습니다. “이번에 추진한 새 예배당 구입은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힘주어 말했습니다. “여러분, 우리 하나님은 실수가 없으신 분이십니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보다 더 필요한 교회에 건물을 주신 것 같습니다.” 더욱 힘주어 말했습니다. “아마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더 좋은 건물을 주시려고 하시는 모양입니다.” 제가 들어도 꽤 괜찮은 말입니다. 하지만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머리로는 그렇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마음으로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또 이런 기회가 올까? 한인타운 내에 저런 건물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런데 얼마 후 더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교회 맞은편 아파트 주인에게서 공지가 왔는데, 앞으로 아파트 앞의 도로에 주차를 할 수 없도록 시(City)에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계속해서 우리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가셨습니다. ‘오 주여~ 이제 곧 교회 문을 닫아야 하나요? 어디를 열어 주시려고 하시나요!’ 

먼저 주고 심어라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었습니다. 1년여 기간 넘게 현장 예배는 봉쇄되었고, 그 사이 미국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강경 진압에 숨지는 일이 벌어져서 도시마다 시위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행정규제가 엄격한 LA의 비즈니스는 심각한 상황이었고, 우리 교회도 정부 구제금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가 후원하는 10곳의 선교지와 선교기관에 보내는 선교비는 줄이지 않았습니다. 예전 한국의 IMF 위기 때 우리 선배 목사님들이 그랬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이럴 때 오히려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을 선교사님들 섬기는 일에 더 힘을 쏟자고 했습니다. 특별히 팬데믹 기간 우리 교회는 매일 새벽예배를 온라인 줌(ZOOM)으로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때 선교지의 선교사님들을 새벽예배에 초대해서 선교 현장의 생생한 메시지를 들으며, 선교지를 위해 기도했을 때 큰 은혜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멕시코 조성출 선교사님을 초대해서 말씀을 듣는 중, 그곳 현지인 교회의 건축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건축비 1만 불(1,200만 원)만 있으면 합판으로 된 예배당 건물을 벽돌로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날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그 교회를 먼저 도와주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우리 교회도 지금 급합니다. 우리도 도와주세요.’ 하는 기도를 함께 드렸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멕시코 현지인 교회가 생각이 났습니다. 장로님들에게 그 마음을 알리니, 그럼 먼저 돕자고 하셨습니다. 주일에 광고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보다 더 긴급한 교회를 돕는 것을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모은 건축헌금 중 1만 불을 이번에 멕시코로 보내려고 합니다. 이렇게 먼저 심으면 하나님이 나중에 돌려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한 번은 LA의 유명한 장애인 선교 단체인 ‘샬롬장애인선교회’ 박모세 목사님 역시 줌(ZOOM)으로 초대해서 그곳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곳은 전 세계 장애인을 위해서 매년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팬데믹으로 인해서 우선 먹을 것이 없으니, ‘사랑의 음식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날 새벽에는 장애우들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일에 지정 선교헌금이 들어왔습니다. 어느 권사님이 새벽예배에 참석하신 후 감동을 받으시고, 샬롬장애인선교회로 지정 선교헌금을 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우리 교회는 그것만 달랑 보내드릴 수가 없어서, 교회에서 매칭해서 예년보다 두 배로 선교비를 보내드렸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편으로 정부 보조를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러시아, 인도네시아, 멕시코(인디언) 등의 선교지로 선교비를 연이어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광야의 만나처럼 교회 재정이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남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2021년 8월)에 샬롬장애인선교회의 박모세 목사님이 갑자기 주일예배에 참석하셨습니다. 지금 많은 교회들이 어려워서 후원을 줄이고 있는데, 갈릴리선교교회에서 너무 많은 선교비를 보내서 인사차 왔다는 것입니다. 예배 후 박목사님과 식사를 나누며, 그간 있었던 교회 이전 계획이 무산된 것과, 더 이상 길거리 주차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박목사님이 참 안타까워하시면서 주차장을 위해서 더 기도하시겠다고 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다
그렇게 한 달여(2021년 9월) 시간이 흐른 후 박모세 목사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우연히 교계의 목사님 한 분을 만나셨는데, 그분이 아는 부동산 브로커가 교회 건물을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분의 연락처를 받고 곧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교회 위치와 가격, 건평을 들으니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다시 아내와 함께 가 봤는데,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교회와 비교가 되지 않는 더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백인 교회가 사용하던 허가된 교회 건물인데, 대지가 2만 스퀘어핏(Sqft, 약 600여 평)에, 40~50대가 동시 가능한 주차장과, 주택가에 위치해서 주차 공간이 더 많은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번과 같은 방법으로 다시 새 건물을 사겠다는 오퍼를 작성했습니다.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후 저쪽과 이쪽 사이에 몇 차례 서류가 오가면서 셀러(Seller)로부터 우리에게 건물을 팔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 우리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필리핀 교회도 있었고,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부동산 개발업자도 있었는데, 한국인들에게 교회를 팔고 싶다는 마음을 하나님이 주셨다는 것입니다. 드디어 2021년 11월 우리 건물을 파는 것과 저쪽 건물을 사는 두 개의 에스크로(Escrow)를 동시에 오픈하고, 3개월 후 2022년 1월 15일에 최종 사인을 하고 새 건물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그렇게 새 건물을 구입한 후 3개월의 리모델링 기간을 거쳐서 2022년 4월 부활주일에 우리 교회는 새 성전에서 첫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물이 나도록 감격스러웠습니다. 생각하니 2020년 2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임이 금지된 이후, 2022년 3월에 모임이 가능해진 그 2년 동안에 우리는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한 것입니다. 이것이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 여리고 성이 무너지는 기적이 아닐까요?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가 이르시되”(계 3: 17).

베풀지 않았더라면…
어느 날 새 예배당에서 혼자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이런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것 봐라. 주면 받지 않니?” 하나님은 멕시코에 선교헌금을 먼저 보낼 때 제가 성도들에게 했던 말을 생각나게 하셨습니다. “우리보다 더 긴급한 선교지에 먼저 심으면 나중에 하나님이 돌려 주시지 않을까요?” 또 하나님은 이런 생각도 하게 하셨습니다. 샬롬장애인선교회 박모세 목사님이 그날 우리 교회에 오시지 않았더라면, 아니 우리 교회에서 샬롬장애인선교회에 선교비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아니 조 권사님이 그곳으로 지정 선교헌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우리 교회가 더 많은 선교비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하니 이것도 주고 베푸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실패라 여겼던 것이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첫 교회 건물에 실패했기 때문에 지금의 교회 건물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으로 하나님이 주셨습니다. 지금 기도 응답이 늦거나 거절된 것은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그동안 많이 들었고 전했던 말씀이 생생하게 체험되었습니다. 코로나 기간 이 생생한 기적을 우리 성도들과 함께 경험한 것은 저의 목회와 우리 공동체에 큰 간증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욱 더 많이 주고 나누고 섬기는 교회가 되리라 다짐해 봅니다. “주면 받는다!” 꼭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닐지라도, 주는 자는 반드시 하늘의 복을 받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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