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과거의 침략사를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가.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일본은 사실이 아닌 것을 오랜 세월에 걸쳐 사실이라고 주장하다가 종래는 사실로 변조해내는 재간이 뛰어난 나라다. 일본은 엄연히 조선 땅인 독도를 러일전쟁 중 승기를 잡으면서 시네마현으로 편입시켰다. 당시 열강들이 일본의 조선 침략을 묵인해주는 분위기를 이용한 국토 노략행위였다. 

그랬던 일본은 야금야금 그 주장을 이어가다가 이제는 “시마네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며 역사교과서에 기록하고 있다. 1915년 일본이 산둥반도를 차지하기 위해 중국에 요구한 21개조 요구도 한국에서 연습한 수법을 발전시킨 것이며, 그것을 발판으로 태평양전쟁까지 밀고 갔다.

2018년 아베 신조 총리는 강제징용이란 말 대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다. 강제징용에 대한 불법성은 물론 강제성마저 탈색해버린 것이다. 태평양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의 합법적 권한으로 국민(조선인) 노동력을 징발했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논리가 도사린 말장난이다.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우리가 절반을 채운다”는 말로 일본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는 듯 비판을 피해 갔지만, 일본은 가담하지 않겠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도 이와 관련해서는 입을 다물었으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했다. 전쟁과 사죄 반성을 거부한 고이즈미-아베의 입장까지도 계승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친일·반역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과 관계 개선을 이루는 데 있어 경계하고 기억해야 할 것은 일본의 침략적 본성만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친일·반역 문제도 아주 중대한 사안이다. ‘친일문제’는 오랜 세월이 지나 흘러간 이슈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그게 심각한 문제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친일·반역의 문제는 흘러간 이슈가 아니라 우리가 일본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듭 확인하고 경계해야 할 최우선의 사안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를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일제 침탈을 편든 우리 내부의 반역적 흐름이다. 민초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의 백성이 일제에 협력한 생계형 친일까지 나무라는 것은 참 슬픈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친일이 아니라 민족의 반역을 일삼은 친일이 너무 많았다. 부와 출세를 독점해 대대로 누리기 위해 기꺼이 일제의 사냥개가 되기를 자처했던 고관들, 일제의 침략행위를 정당한 것이라고 뒤틀린 논리를 짜맞춘 학자들, 독립운동가들을 잡는 데 혈안이 되었던 친일 경찰들, 밀정들, 별다른 역사적 이해도 없이 궤변과 고집으로 일제 침탈에 발맞춘 마을 유지들…, 그런 반역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슬기로운 선진 한국의 바른 미래를 펼칠 수 없다.

1945년 11월 23일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상하이에서 환국한 직후 첫마디로 외친 것이 ‘자주독립’과 ‘친일청산’이었다. 해방된 나라의 목표는 당연히 ‘자주독립’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이루는 첫 번째의 방법이 ‘친일청산’이라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했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해파 독립운동가들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김구보다 며칠 앞서 미국에서 환국한 이승만 박사를 비롯해 여운형 허헌 안재홍 등 조선건국준비위원회의 지도부 인사들, 송진우 원세훈 김성수 등 한국민주당 지도부 인사들, 홍명희 백남운 임화 등 문화계 인사들, 박헌영 이관술 등 좌익 인사 등 당대 우리나라 전 계층 지도급 인사들의 주장이 친일 청산과 정부 구성에서의 친일파 배제였다.

그 후 이승만 정권에서의 반민족특별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이 문제는 역사의 숙제로 남겨졌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은 왜 과거의 침략사를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가.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지금 이 사회에 횡행하는 식민사관에 입각한 역사 인식을 보더라도 그렇고,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대립 구도를 봐도 그렇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대접은 무엇인가. 우리 역사는 우리가 이해하고 계승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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