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남성보다 노후 불안감도 높아 … 소득·가족 없이 나홀로 생활 길어
일상적 방문·접촉 등 ‘관심’ 필요, 교회 장기적 노력 나서야

 “평균수명 80세? 하나도 반갑지 않아요. 그저 자식들한테 폐 안 끼치고 하나님 품에 빨리 안겼으면 좋겠어요.”

생존연령 100세, 평균수명 80세를 맞은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오래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장수하는 것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특별한 벌이도 없이 자녀에게, 손주에게 걱정과 폐를 끼치면서 사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 요즘 어르신들의 생각이다. 특히 여성들은 나이 들어서도 남성들보다 더 고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복지현장의 목소리다.

노후에도 고단한 노인여성들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금보험 등에 가입해 적은 금액이라도 혜택을 받게 되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마땅한 보험 혜택 없이 맨몸으로 노후를 맞이해야 한다. 여기에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10여년 더 긴 탓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쓸쓸히 노후를 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노후 문제를 남녀로 특징짓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런 면에서 여성들의 노후는 남성들보다 더욱 불안하다.

여성 노인들의 경우 대부분 전업주부로만 살아서 남편과 사별하면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는 사례가 많은데다 자녀가 부양하지 않는 경우, 생활고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데도 정부보조금에 기대어 살아야하니 병원 드나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마저 보조금도 받지 못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할머니들도 많고, 거동이 여유롭지 못해 폐지 줍는 일도 못하고 하루하루 방에 갇혀서 시간만 보내는 이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혼자 사는 여성노인들이 범죄의 타깃이 되는 경우도 늘고 있어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교회, 시니어 스쿨 등 노인사역 진행

이제 교회들이 나서 교회 내 노인들, 지역의 노인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쏟아내야 한다. 교회가 작아서, 일꾼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기보다 잘하는 교회들을 벤치마킹해서 우리교회 실정에 맞게 조촐하게 시작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 교회는 시니어스쿨 등 노인학교를 운영하거나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노인 섬김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다.

춘천중앙교회(유동선 목사), 천호동교회(여성삼 목사), 세한교회(주남석 목사), 자은새중앙교회(황승재 목사), 군산중동교회(서종표 목사) 등 많은 교회들이 자체적으로 노인대학을 운영하며 노인들이 외로워하지 않고 즐거운 노후를 보내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군산중앙교회(홍건표 목사), 은평교회(한태수 목사), 용인비전교회(신용수 목사), 성은교회(최성열 목사) 등은 어르신 초청잔치를 진행하며 섬김사역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금성교회(유재성 목사), 소양제일교회(이주호 목사) 등은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아낌없는 정성과 섬김의 손길을 전하고 있으며, 광주교회(김관영 목사), 명광교회(박원종 목사) 등은 독거노인들에게 온정 담긴 도시락을 전하는 사역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장기적 대안 마련 시급

교회들이 솔선수범하며 지역사회의 노인들을 위해 따뜻한 섬김을 펼치고 있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시적 섬김과 함께 여성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를 보장하는 장기적인 사역이 교회 안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인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인 재정문제, 고독, 질병의 문제에 교회가 적극 대처해줄 것을 제안했다. 박현정 팀장(안성종합사회복지관)은 “여성 노인들은 남성 노인들보다 재정적인 문제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며 “경제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회 차원에서 헌금을 모금하거나 쌀 등을 후원하며 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 노인들의 고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가 그룹홈 등 공동체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여성노인들이 대부분 자녀와 남편을 잃은 상실감에 휩싸이며 외로움을 크게 느끼기에 다른 여성 노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광현 교수(서울신대 사회복지학)는 “여성 노인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하고 성경공부를 하는 공간을 교회가 만든다면 좋을 것”이라며 “교회 옆에 개 교회 또는 연합으로 여성 노인들을 위한 그룹홈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여성 노인들의 병간호를 위한 사역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노인의 84%가 배우자에게 간병을 받지만 남편에게 간병을 받은 여성 노인은 29%에 그쳤다. 여성 노인들을 돌봐줄 간병사나 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한 전문가는 교회가 그동안 성장에 치중한 결과 중요한 복지 사역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교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성도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관련 사역에 관심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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