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전 5:6-7)

‘하나님의 손’을 묵상하면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내가 어릴 때 우리 동네는 포장된 길이 많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웅덩이며 돌부리투성이였다. 아이들은 길을 가다가 곧잘 넘어져서 특히 남자아이들의 무릎은 성할 날이 없었고 빨간약과 상처 딱지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기에 어린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길을 걸을 때면 항상 엄마는 아이의 손을 단단히 잡고 길을 걷는다.

 어느 날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나들이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차 싶었다. 또 무릎이 깨지고, 손바닥이 긁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순간 내 손이 획하고 채 올려져 하늘로 번쩍 들리는 것이 아닌가. 크고 힘센 엄마의 손이 나를 번쩍 들어 올린 것이었다. 꼬맹이였던 나의 몸은 엄마의 손을 축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뱅그르르 돌면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부럽지 않았다. 

베드로전서 5장 6-7절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를 넘어짐에서 구원한 어머니의 든든한 손이 떠오른다. 하물며 하나님의 손은 얼마나 능하시겠는가. 깨닫고 보니 내가 어머니의 손을 붙잡은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손이 나를 붙잡고 계셨다. 사실 연약한 나의 손으로는 매달려도 매달릴 힘이 없다. 내가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면 내 몸무게를 견디지 못해 어머니의 손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큰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말없이 손을 잡아준다. 마음이 힘들 때 위로자의 손을 잡으면 마음이 녹는다. 어두운 길에서 무섭고 외로울 때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으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추운 겨울에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온기가 돈다. 힘 있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으면 아버지의 힘을 등에 업게 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 인생은 빨리 간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신앙의 길도 빨리 간다고 능사가 아닐 것이다. 주님과 함께 가야 한다. 주님의 손을 꼭 붙들고 가야 한다. 주님의 손을 꼭 붙잡고 가는 길은 인생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려 할 때도 무릎이 피투성이가 되기 전에 들어 올림을 받는 은혜가 있다.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잡힌 바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 아버지의 능하신 손은 모든 염려를 맡길 만한 손이시다. 우리의 짧은 손을 힘껏 뻗으면 짧지 않으신 하나님의 손이 우리를 붙들어 주신다(민 11:23).

내 믿음이 강해서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강하신 하나님의 손이 연약한 내 손을 붙들고 계셨다. 오늘도 하나님의 능하신 손의 은혜를 힘입으며 ‘주님여 이 손을 꼭 잡고 가소서’라는 찬양을 불러본다. 

“주님여 이 손을 꼭 잡고 가소서/ 약하고 피곤한 이 몸을/ 폭풍우 흑암 속 헤치사 빛으로/ 손잡고 날인도 하소서~/ 인생이 힘들고 고난이 겹칠 때 주님여 날 도와주소서/ 외치는 이 소리 귀 기울이시사 손잡고 날인도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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