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소득’ 만든 최고의 노동경제 학자
성경에서 ‘안심소득’ 아이디어 얻어
성경에 입각한 노동경제 정책 생산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기성 장로(역촌교회 · 사진)는  국내 대표적인 노동경제 전문가이다. 최근에는 ‘안심 소득 전도사’로 더 유명하다.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실시 중인 ‘안심 소득제’를 박 장로가 설계하고 확대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장로가 창안한 ‘안심 소득’은 저소득 가구 중 총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부족한 가계 소득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채워주는 소득 보장 제도다. 소득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기존 정부의 복지 혜택에서 제외된 취약계층을 돕고, 소득세제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기존 복지제도의 맹점을 보완하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행 기초생활수급 등 기존 복지 제도는 일을 해서 소득이 늘어나면 수급자 자격을 잃게 돼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난점이 있지만 그의 ‘안심 소득’은 그렇지 않다. 안심 소득은 일을 해서 소득이 늘어난 만큼 지급 액수가 줄어들 뿐 총소득 자체는 일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늘어나 저소득 가구의 근로 의욕을 해치지 않게 설계되었다. 암세포를 표적 치료하듯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실질적 지원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이런 박 장로의 안심 소득에 공감한 오세훈 시장이 2021년 보궐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시장에 당선된 후 안심 소득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500가구를 목표로 모집했던 안심 소득 1차 사업에는 약 68배인 3만 3,803가구가 신청해서 484가구가 선정됐다. 그만큼 시민들의 호응이 컸다. 올 7월 2단계 사업에는 1,100가구가 추가돼 총 1,600가구를 대상으로 하게 된다. 안심 소득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박 장로는 “현행 복지예산에서 30조 원을 떼어내 안심 소득으로 대체하면 소득불평등도가 크게 개선되는 반면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면 오히려 악화하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안심제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적으면서도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박 장로는 안심 소득을 성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안심 소득(safety income)’이라는 용어도 성경에서 따온 것이다. 바로 에스겔 28장 26절 “그들이 그 가운데에 평안히 살면서 집을 건축하며 포도원을 만들고 그들의 사방에서 멸시하던 모든 자를 내가 심판할 때에 그들이 평안히 살며 내가 그 하나님 여호와인 줄을 그들이 알리라”의 ‘평안히’가 바로 안심 소득을 창안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성경을 보다가 ‘안심 소득’을 창안한 박 장로는 2017년 변양규 전문위원(김앤장)과 연구해 논문 ‘안심 소득제의 효과’를 발표하고,『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을 공저로 펴냈다. 박 장로는 “2014년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이 복지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안심 소득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안심소득연구자문단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부도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나 영세 가정은 위급 상황이 생길 경우 당장 소득이 끊겨 먹고 살 수 없게 돼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다”며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하라는 뜻에서 ‘안심 소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소개했다.

1958년생인 박 장로는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 시절인 1980년 8월 친구의 전도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 무렵 열린 CCC 빌 브라이트 목사 여의도 대성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 루카스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귀국 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미국 시카고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성신여자대학교 교무처장, 한국노동연구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 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회에서는 찬양대, 재정위원장 등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렇게 신앙과 지성을 겸비한 박기성 장로가 전문 분야로 내세우는 ‘노동 경제’도 기독교 정신과 맞닿아 있다. 박 장로는 “사람들은 성경적 경제관이라고 하면 사도행전 2장의 ‘공동 소유’만 떠올리는데,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달란트와 므나의 비유도 있다. 예수님은 비유에서 왜 은행에 안 맡겼나? 왜 이자라도 챙기지 않았나’고 물으셨다”며 “성경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데, 일부 기독교인들이 자본주의를 죄악시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 장로는 은퇴 이후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무익한 종이기에 제 소임만을 다할 뿐”이라며 “부디 안심 소득 제도가 잘 정착돼 저소득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고 시장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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