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생각해왔기에 2023년 4월 10일 오전 총회본부 부근에 소재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남지사를 방문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신청하였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향후 자신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문서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연명의료 결정 제도는 2009년 5월 대법원판결로 생명만을 유지하던 환자의 인공호흡기가 제거될 수 있었던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치료의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인 ‘연명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제도입니다.

2001년 9월에 장로장립을 받은 후 이듬해 2002년 2월 악성림프종 3기라는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12번에 걸쳐 받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교우들의 중보기도와 하나님의 은혜로 완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2013년 소천하신 모친께서 중환자실에 계실 때 우리 5남매는 사전에 상의하고 장남인 저에게 연명치료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였고, 소천 당일 저녁, 중환자실에 오신 담임목사님의 기도 후 아내와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던 중 병원 담당자로부터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보호자가 도착한 후에 결정할 것이니 산소호흡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집에서 7분 거리에 있는 중대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하니 방금 전에 모친께서 임종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모친께서 우리 5남매를 사랑하셔서 제가 도착하기 전에 소천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섬기는 상도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시다가 은퇴하신 후 2014년 소천하신 고 황대식 원로목사님(전 총회장)께서도 살아생전에 가족들에게 연명치료를 일체 하지 않도록 당부하셨고 자택에서 쓰러지신 후에 병원에 이송되신 후에도 연명치료를 하지 않은 채 며칠 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그때부터 이러한 일이 저에게도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연명치료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였습니다.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연명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이자 자식의 의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따라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기약 없이 연명치료를 받아야 할 당사자의 입장에서나 완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싼 치료비를 감당해야 할 자녀의 입장에서도 생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놓는 것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여 이번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중환자실에서 고통 속에 홀로 지내다가 숨을 거둘 것인지 아니면 호스피스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가족들과 대화하면서 그리고 지나간 날들을 추억하면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본향으로 돌아갈 것인지 연명치료에 대해 우리 모두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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