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는 순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교(殉敎)란 ‘신앙을 증거 하기 위해 죽임을 당하는 일’을 뜻한다. 어원적으로도 순교자(Martyr)는 그리스어 ‘Martus’에서 기인한 것으로 ‘증인’, ‘증거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순교는 단순히 어떤 진리를 위해 죽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순교는 신앙의 모델이신 그리스도의 삶과 온전히 일치하고 본받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증거와 구원사업에 완전히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한 결과로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게 되는 것이다.

순교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첫째로 실제 죽음을 당해야 하며, 둘째로 그 죽음이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진리를 증오하는 자에 의해 초래되어야 하고, 셋째 그 죽음을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진리를 옹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순교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바침으로써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행위이며,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존재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초기 교회들 역시 박해의 시기를 살면서 순교의 의미를 강조하였고, 실제 많은 교회들이 순교의 영광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래서 “순교자의 피는 기독교의 씨앗”이라는 ‘떼르뚤리아누스’의 말은 역사를 통해 진리로 증명되었다. 우리 한국교회에도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것은 오늘의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위대한 자산이다. 이 땅에 순교자들의 피가 흘러 하나님의 마음을 감동시켜 오늘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안정된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성결교단에도 이런 자랑스럽고 숭고한 순교의 피가 유유히 흘러내려 성결교단의 참다운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1943년 8월 15일 박봉진 목사(철원)가 신앙의 정조를 지키다가 일제의 혹독한 고문으로 순교를 당했다.

1943년 12월 29일 조선총독부령으로 성결교회의 사중복음이 일본국채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교단이 강제 해산되었으며 순교 및 다수의 교역자와 평신도들이 옥고를 치렀다. 그리고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과 교단의 수난자를 열거하면 대표적인 순교자들은 문준경 전도사(증동리교회), 임수열 전도사(강릉교회), 임광호 전도사(하리교회), 노형래 집사(한성교회), 병촌교회 66명, 진리교회에서 이판일 장로 등 48명, 두암교회에서 윤임례 집사 등 23명의 성도들이 값진 순교의 대열에 서게 되었다.

지난 5월 27일 중국에서 18년 동안 사역하던 강호빈 목사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헌신적인 선교의 삶을 살다가 순교해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2012년 6월 8일자 한국일보의 기사에 북한의 보위부 요원들이 중국내에서 탈북자 지원 등 북한 인권관련 활동을 하는 한국인 20여 명에 대한 ‘색출명단’을 작성해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에는 중국 내에서 최소 10년 이상 북한 인권활동을 해온 당사자 20여 명에 대한 사진과 이름, 활동무대, 내역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으며 기독교 전파자, 한국 기업인, 정보활동 관련자 등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명단에는 지난 5월 중국 연변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강호빈 선교사의 이름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서 대북 인권활동을 펼쳐온 강 목사는 지난 해 8월 중국 옌지의 한 주차장에서 괴한에 의해 독침피습을 당했고 여러번의 테러위협에 시달렸다. 이런 정황으로 대북 단체들은 강선교사의 사망원인으로 북한의 테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중국 측은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며 교통사고로 얼버무렸다.

대북단체 관계자는 “강선교사의 사망을 사고로 규정짓기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았는데 북한 보위부의 명단에서 강선교사의 이름이 언급됨에 따라 테러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든 정황으로 볼 때 강호빈 선교사의 의로운 죽음은 순직이 아니라 순교임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강 선교사는 순교자 이판일 장로의 손녀사위이며, 순교신앙을 가슴에 새기고 안락한 생활을 뒤로한 채 중국에 건너가 자비로 선교하다가 2002년 서울신대 선교대학원을 졸업하고 선교사 훈련원에서 훈련을 받고 교단 선교사로 파송되었다.

지난 6월 29일 총회 임원회(5차)에서 순교자 규정 제정 등 각종 현안을 내년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故 강호빈 선교사의 의로운 죽음으로 촉발된 순교자 지정과 예우 문제에 대해 교단차원에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대응이다. 값진 순교의 사명을 감당한 故 강호빈 선교사의 사건을 통해 교단의 위상뿐만 아니라 선교사들의 처우 개선도 깊이 고려할 때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