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첫 용사로 기억되다
성서에는 아담부터 시작되는 이스라엘의 족보가 있다. 이스라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다가 갔다. 그러나 이들 중에 아브라함이나 야곱처럼 소소한 일상까지 기억되고 업적과 인생이 기록된 인물들은 많지 않다. 족보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대부분 자손을 낳았다는 간단한 설명 외에 그 인물에 대한 상세한 사항들은 적혀있지 않다. 그러나 유독 니므롯만이 그의 업적과 직업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니므롯은 구스의 아들이며 세상의 첫 용사로 “그가 여호와 앞에서 용감한 사냥꾼이 되었으므로…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가 그 땅에서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와 및 니느웨와 갈라 사이의 레센을 건설하였으니 이는 큰 성읍이다 (창 10:9~12)”. 그는 여호와 앞에서 용감한 사냥꾼으로 기억된 최초의 용사이다.
몇몇 구약학자들은 니므롯을 아카드 왕국의 창시자였던 사르곤과 동일시하고 있다. 사르곤은 주전 24세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정복하고 다스렸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었던 수메르어의 쐐기 문자를 셈어를 기록하는데 사용하여 아카드어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그의 출생과 본명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여사제의 태어나서는 안되는 아들로 바구니에 담아 물에 버려졌으나 신의 은총을 받아 길러졌다는 신화가 있을 뿐이다.
그의 아카드어 명칭인 샤루키누/사르곤(Sarru-kinu)은 단지 “통치자”라는 의미일 뿐이다. 그는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하였으며 메소포타미아 전역 즉 현재의 이라크는 물론 이란, 시리아, 아나톨리아와 아라비아까지 정복하여 아카드 혹은 아가데라는 수도를 세우고 같은 이름의 왕국을 건설하였다. 그와 그의 손자 나람-신은 사계의 왕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중앙 집권체제를 형성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정복한 도시들의 이름은 성서에서 기록하고 있는 니므롯이 빼앗은 도시들과 상당히 일치한다. 성서의 시날 땅은 고대 최초의 문명 도시 국가였던 수메르로, 에렉 역시 우룩이라 불리는 수메르의 한 도시였다. 또한 바벨은 바벨론을 말하여 앗수르의 니느웨 역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는 도시명이다. 그의 이름 니므롯 마저 북왕국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수르의 왕 사르곤 II세에 의해 세워진 궁전이 있던 도시이다.
몇몇 학자들은 창세기 10장의 족보는 이스라엘이 바벨론 포로 시절 기록한 것으로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니므롯과 사르곤의 시대상이나 정복한 장소들, 당시 전쟁의 승자와 용사라는 호칭의 유사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 구절이 결코 상상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사르곤이었는가 아니었는가의 논쟁보다도 필자에게 있어 더욱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단순한 족보에 유독 업적이 기록된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성서에 이름만 남은 것도 의미 있지만 업적 등이 기록된 것은 더욱 의미있는 것이 될 것이다.
말라기 3:16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와 그 이름을 존중히 여기는 자를 기념 책에 기록하셨다고 말한다. 또한 계시록은 생명책에 기록된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계 3:5; 13:8; 17:8). 우리는 이 생명책에 단지 ‘X의 아들 혹은 딸 Y’라는 단순한 족보상의 이름처럼 기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이름 옆에 “여호와 앞에” 기억되는 인생과 업적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